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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분노의 주먹(Raging Bull)'. 복싱 미들급 세계챔피언 제이크 라모타 역을 연기한 로버트 드니로는 현역 선수시절의 라모타와 은퇴 후 라모타 연기를 위해 체중을 23kg이나 늘렸다가 빼는 열정을 보여줬다. 라모타를 열연한 드니로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또 설경구는 영화 '역도산'의 타이틀 롤을 맡아 몸무게를 무려 25kg이나 불렸다. 그는 단순히 몸집을 키운 게 아니라 프로 레슬러에 맞는 근육을 만들고 유지하는 게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넥센 히어로즈의 좌완투수 강윤규는 최근 몇 달간 몸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까지 키 1m82에 80kg대 초반이었던 체중이 94kg까지 불었다. 물론, 단순한 체중 증가가 아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해 근육이 함께 늘었다.
강윤구는 시속 150km 공을 뿌리는 강속구 투수다. 지난해 후반기에 선발에서 롱릴리프로 역할 변화가 있었으나 올해도 선발로 시즌을 시작하는 주축 투수이다. 그런데 왜 투구 밸런스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체중 늘리기를 선택한 것일까. 보통 투수들은 시즌이 종료되면 체중이 증가하는데, 1월 중순 시작되는 전지훈련에 앞서 체중을 조절한다. 또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감량을 하는 경우가 있다. 짧은 기간에 10kg 넘게 체중을 늘리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2009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히어로즈에 입단한 강윤구는 팀의 미래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지난 5년간 17승17패. 지난해 6승(6패7홀드)이 한시즌 개인 최다승이다. 이번 시즌 변화를 통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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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체중증가는 투구 밸런스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몸에 익은 투구 메커니즘이 체중증가로 인해 흔들릴 수 있다. 윤석환 전 두산 베어스 투수코치는 "타자에게 스윙 스피드가 있듯이 투수도 팔과 몸의 회전 속도가 있는데, 몸무게 변화가 투구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밸런스에 문제가 없다면 충분히 도전해볼만 하다"고 했다.
투수와 야수는 성격이 다르지만, 김민성이 지난해 집중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쳐 체중을 80kg 초반에서 90kg초반으로 늘려 중장거리 타자로 성공했다. 김민성은 지난 시즌 15홈런 72타점을 기록, 박병호 강정호와 함께 히어로즈 타선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올시즌 도전에 나선 강윤구를 관심있게 지켜보자.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