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광현은 지난 26일 첫 불펜피칭을 실시하며 쾌조의 몸상태를 과시했다. 최근 가장 좋은 몸상태를 보이고 있는 그는 올시즌 개막전 선발 후보로 꼽힌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비슷한 전력이라면 확실한 에이스를 지니고 있는 팀의 우승 가능성이 더욱 높다.
SK는 2007~2008년, 2010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당시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가 있었다. 2007년 케네스 레이번(17승, 평균자책점 3.27), 2008년 김광현(16승, 평균자책점 2.39), 2010년 김광현(17승, 평균자책점 2.37)이 SK 우승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해에는 크리스 세든이 14승6패, 평균자책점 2.98의 기록으로 에이스 역할을 했지만, 전반적인 전력 하락으로 SK는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올시즌에도 SK의 운명은 최근 불펜진이 약화된 탓에 선발진의 활약상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이스가 누가 될 것이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SK는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새 외국인 선수인 로스 울프와 루크 스캇이 합류하면서 훈련 분위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울프는 조조 레이예스와 함께 선발 보직이 유력하다. SK는 또 김광현 윤희상 등 지난해 붙박이 선발로 뛴 투수들도 있다. 에이스 자리는 3파전이 될 전망이다. 레이예스와 울프, 그리고 김광현의 싸움으로 모아진다. 2012~2013년, 두 시즌 동안 18승을 올리며 선발진의 축으로 떠오른 윤희상도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3파전의 모양새다.
SK 새 외국인 투수 로스 울프는 두 차례 불펜피칭을 통해 충분히 몸을 만든 후 캠프에 합류했음을 알렸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이만수 감독은 전지훈련을 시작하면서 "백지 위에서 출발하겠다"며 경쟁을 통해 주전을 정할 뜻을 내비쳤다. 개막전 선발 역시 전지훈련과 시범경기를 통해 신중히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들 3명의 출발은 아주 좋다. 울프는 캠프 합류 이후 두 차례 불펜 피칭을 실시하며 몸을 완벽하게 만들었음을 과시했다. 지난 24일 그의 두 번째 불펜피칭을 지켜본 이 감독은 "스피드가 지난번보다 나왔고, 낮게 제구되는 모습이 좋았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선발을 염두에 두고 투구수를 늘려가고 있는 울프는 "한국 공인구가 도드라져 나한테 유리하다. 빨리 적응하도록 하겠다"면서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울프는 지난해 텍사스 레인저스의 25인 로스터에 포함됐던 선수라는 점에서 기대가 모아진다.
레이예스도 두 차례 불펜피칭을 실시했다. 24일 두 번째 피칭을 본 이 감독은 "레이예스는 체인지업 전문가인 가이 콘티 코치에게 먼저 찾아가 본인의 체인지업에 대해 상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그의 마음가짐을 칭찬했다. 지난해 SK가 잔뜩 기대를 걸었던 레이예스는 초반부터 제구력을 잡지 못하고 고전한 끝에 8승을 올리는데 그쳤다. 그러나 150㎞를 웃도는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지니고 있어 제구력만 뒷받침된다면 에이스로 손색없는 투수다. 레이예스는 지난해 LG와의 개막전에 선발로 나가 7⅓이닝 동안 9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3안타 4실점(3자책점)으로 인상적인 국내 데뷔전을 치른 바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선수는 김광현이다. 김광현은 지난 26일 전훈 캠프 첫 불펜피칭을 실시했다. 김광현이 1월에 불펜서 던진 것은 2009년초 이후 5년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몸상태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다. 이날 불펜피칭을 마친 뒤 그는 "전체적으로 양호한 불펜피칭이었다. 직구와 변화구 모두 괜찮았고, 몸도 생갭다 가볍다"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광현은 지난 시즌 25경기에서 133이닝을 던지며 10승9패, 평균자책점 4.47을 기록, 부상후 자신감을 갖는 계기를 마련했다. '마무리 변신'이라는 변수가 남아있지만, 김광현은 경험이나 이름값, 본래의 실력면에서 본다면 가장 유력한 개막전 선발 후보다. 그 어느해보다 몸상태가 좋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토종 에이스였고, 레이예스는 지난해 개막전 선발이었다. 울프는 국내 무대 첫 시즌이지만 현역 메이저리거 출신이라는 자존심이 있다. 1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한만큼 SK는 선발진이 지난해보다 더욱 탄탄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