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클레멘스-피아자 사건 당시 '부러진 배트', 경매에 등장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01-29 12:11


◇2000년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 투수 로저 클레멘스가 뉴욕 메츠 타자 마이크 피아자를 향해 던졌던 부러진 배트 조각이 최근 인터넷 옥션에 등장했다. 사진캡쳐=CBS스포츠 홈페이지

아무리 사소한 물건이더라도 의미를 부여하기만 하면 가치가 폭등한다. 특히 역사적인 사건에 관한 물품 수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에서는 더 그렇다.

평소라면 쓰레기통에 들어가야 했을 부러진 배트 한조각이 최근 메이저리그 물품 경매 시장에 등장해 화제다. 단순한 배트 조각이 아니다. 2000년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의 월드시리즈에서 논란의 빌미가 됐던 바로 그 배트 조각이기 때문이다. 양키스 에이스 로저 클레멘스가 "나는 공인 줄 알았다"면서 메츠의 간판 타자 마이크 피아자에게 던진 배트 조각이다.

당시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피아자는 클레멘스가 던진 공을 힘껏 받아쳤으나 방망이가 세 조각이 나면서 1루쪽 덕아웃으로 향하는 파울 타구를 날렸다. 배트의 헤드 부분은 클레멘스 앞쪽으로 날아갔고, 피아자는 반사적으로 1루 베이스를 향해 몇 발짝 뛰다 멈췄다. 그런데 클레멘스가 배트 조각을 잡은 뒤 갑자기 피아자 쪽을 향해 던진 것. 피아자는 즉시 마운드 쪽으로 걸어가며 클레멘스와 언쟁을 벌였고, 이는 벤치 클리어링으로까지 이어졌다.

클레멘스는 즉각 "내 앞으로 날아온 공인 줄 알았다"면서 고의로 피아자를 향해 던진게 아니라고 밝혔다. 즉 자신의 앞으로 날아온 것을 순간적으로 잡아 1루수를 향해 던지려 했다는 변명. 하지만 클레멘스가 고의로 피아자를 자극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둘 사이에 앙금이 있기 때문이었다. 시즌 중 클레멘스가 피아자의 머리를 맞히는 빈볼을 던지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를 지닌 배트 조각이 최근 미국 헤리티지 경매 인터넷 사이트에 등장했다. 당시 경기에서 실제로 클레멘스가 던진 진품 배트임을 입증하는 증명서가 첨부돼 있다. 무엇보다 배트 헤드 부분에 피아자의 주문 배트라는 증거로 'MIKE PIAZZA'라는 이니셜이 선명하게 새겨져있다. 피아자는 당시 미즈노제 주문제작 배트를 썼다.

이 배트 조각는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양키스에서 트레이닝 코치로 일했던 제프 맨골드가 보관해오고 있었다. 그는 당시 경기가 끝난 뒤 이 배트 조각을 수거해 10년 이상보관해왔다. 맨골드는 미국 스포츠전문케이블 ESPN과의 인터뷰에서 "이걸 13년간이나 개인 사무실에 보관해왔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 안됐지만, 난 이 배트조각이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현재 배트의 입찰가는 4000달러(한화 약 428만원)이다. 입찰자가 많아지면 가격은 훨씬 올라갈 수 있다. 인터넷 입찰은 2월 23일까지 계속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