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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떠나보낸 LG 김용의, 눈물의 사부곡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1-26 10:06



'내게 힘이 되어 주세요.'

LG 김용의의 SNS 소개 화면에는 지난 21일 향년 55세로 별세한 아버지 고 김문수씨의 사진과 이 메시지가 적혀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두고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신 아버지. 이제 한국나이로 서른이 됐고,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명문팀 LG의 주축 선수르 우뚝 섰지만 이런 김용의도 야구선수이기 이전에 아버지가 보고싶은 한 외동아들일 뿐이다.

김용의에게 지난해 포스트시즌은 큰 슬픔이었다. 생애 처음으로 경험하는 포스트시즌.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LG는 두산에 1승3패로 밀리며 일찌감치 가을야구를 접고 말았다. 김용의 개인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성적보다 더 큰 슬픔이 기다리고 있었다. 청천벽력과 같은 얘기. 아버지의 대장암 말기 판정 소식이었다.

모든 사람들의 눈물을 짜낼 만한 얘기다. 김용의의 가족이 아버지의 암 판정 사실을 안 것은 두산과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였다. 가족들은 합숙 훈련 등 포스트시즌 준비로 바쁜 김용의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아들이 처음으로 출전하는 큰 경기에서 혹여나 아버지가 아프다는 사실 때문에 경기를 망치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특히, 아버지 고 김씨의 생각이 한결같았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김씨는 초등학교 야구부 감독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 아들을 훌륭한 프로선수로 성장시킨 야구인. 누구보다 야구선수의 마음, 컨디션 조절 등에 대해 잘 알았다. 아들이 잘되는 모습만을 보고 싶었던 아버지는 끝내 아들에게 자신의 병세를 알리지 않았다.

LG의 마지막 경기 후, 가족들은 김용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김용의는 큰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희망의 끈도 놓지 않았다. 성실한 김용의는 개인훈련을 빼먹지 않으면서도, 그 나머지 시간에는 아버지의 곁을 지키며 병마와의 싸움에서 이겨내시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혹여나 오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아버지가 아픈 가운데 김용의가 시즌 후 시상식에 참석해 활달한 모습을 보이고, 팬들과의 만남에서도 코믹한 분장에 화끈한 춤실력을 선보였기 때문. 매사 긍정적인 마인드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김용의의 생각은 하나 뿐이었다. 이런 아들의 모습에 혹시라도 병상에 계신 아버지가 즐거워하시지 않을까, 아들의 모습에 웃으시며 조금 더 기운을 차리시지 않을까 이 생각 뿐이었다.

이렇게 아버지를 위해 힘을 냈던 김용의도 결국 스프링캠프 출발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평소 씩씩하게 인터뷰도 잘하고, 연락도 잘 주고받았던 김용의의 소식을 좀처럼 들을 수 없었다. 자신은 시즌 준비를 위해 미국으로 먼 길을 떠나야 하는데, 아버지의 상태는 악화되고 있으니 아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괴로웠을지 충분히 상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게 김용의는 15일 눈물을 머금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6일 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귀국해 빈소를 지켰다. 상주로서 의연하게 빈소를 지켰지만, 퉁퉁 부은 두 눈 만은 가릴 수 없었다. 평소,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극진했던 아들은 이제 하늘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아버지를 위해 열심히 야구를 할 것이다. 그리고, 아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아버지는 암의 고통을 잊고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일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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