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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어 주세요.'
모든 사람들의 눈물을 짜낼 만한 얘기다. 김용의의 가족이 아버지의 암 판정 사실을 안 것은 두산과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였다. 가족들은 합숙 훈련 등 포스트시즌 준비로 바쁜 김용의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아들이 처음으로 출전하는 큰 경기에서 혹여나 아버지가 아프다는 사실 때문에 경기를 망치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특히, 아버지 고 김씨의 생각이 한결같았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김씨는 초등학교 야구부 감독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 아들을 훌륭한 프로선수로 성장시킨 야구인. 누구보다 야구선수의 마음, 컨디션 조절 등에 대해 잘 알았다. 아들이 잘되는 모습만을 보고 싶었던 아버지는 끝내 아들에게 자신의 병세를 알리지 않았다.
LG의 마지막 경기 후, 가족들은 김용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김용의는 큰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희망의 끈도 놓지 않았다. 성실한 김용의는 개인훈련을 빼먹지 않으면서도, 그 나머지 시간에는 아버지의 곁을 지키며 병마와의 싸움에서 이겨내시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이렇게 아버지를 위해 힘을 냈던 김용의도 결국 스프링캠프 출발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평소 씩씩하게 인터뷰도 잘하고, 연락도 잘 주고받았던 김용의의 소식을 좀처럼 들을 수 없었다. 자신은 시즌 준비를 위해 미국으로 먼 길을 떠나야 하는데, 아버지의 상태는 악화되고 있으니 아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괴로웠을지 충분히 상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게 김용의는 15일 눈물을 머금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6일 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귀국해 빈소를 지켰다. 상주로서 의연하게 빈소를 지켰지만, 퉁퉁 부은 두 눈 만은 가릴 수 없었다. 평소,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극진했던 아들은 이제 하늘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아버지를 위해 열심히 야구를 할 것이다. 그리고, 아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아버지는 암의 고통을 잊고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일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