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추위는 상상하기 어려운 괌에서의 한달. 한신 타이거즈 오승환의 얼굴은 새카맣게 타 있었다. 살이 빠진 듯한 얼굴과 그에 대비되는 더 탄탄해진 몸은 그가 얼마나 열심히 훈련을 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지난해 12월 18일 괌에 도착한 오승환은 선배 임창용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 16일부터는 삼성의 옛 동료들과 함께 뛰었다. 개인 훈련이 막바지에 이른 지난 19일 괌에서 만난 오승환은 자신감이 가득했다.
직구와 슬라이더 '투 피치(Two Pitch)'로는 미국과 일본에서 한국처럼 좋은 성적을 거두기 힘들 수 있다는 말이 많았다. 오승환도 그런 평가를 의식했을까. 지난해엔 해외 스카우트들이 보는 가운데 스플리터나 커브를 던지곤 했다. 오승환은 솔직했다. 그는 "시즌 초반엔 스카우트를 의식한 부분도 있었다"면서 "1∼2경기를 던지고 난 뒤 스카우트를 의식하면서 던져야하나 생각했다. 이후엔 신경을 쓰지 않고 내 방식대로 던졌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일단은 투피치다. "스프링캠프에서 이것 저것 던져볼 것이고, 한신 포수도 나와 호흡을 맞추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나의 장단점을 파악할 것이다. 거기서 볼배합이 나온다"라는 오승환은 "달라질 건 없다. 현재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려고 한다"고 했다.
일본 데뷔무대의 초구는 직구일까. 지난해 임창용은 메이저리그에 오르면 초구를 직구로 던지겠다고 했고, 실제로 직구로 메이저리그 데뷔무대를 가졌다. 오승환도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 데뷔 때 초구를 직구로 던지겠다고 했다. 또 한번 질문을 했다. 그러자 "직구 아니면 슬라이더겠죠?"라고 웃었다. 이어 "언론에 첫 공은 직구라고 얘기해왔는데, 아무래도 타자의 성향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의지할 건 포수다. 포수를 믿고 사인대로 던질 것"이라고 했다.
일본 문화 적응이나 일본어에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일본어는 가서 하면 더 빨리 배우지 않겠나"라면서 "아무래도 통역이 있으니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보면서 일본어를 익히겠다"고 했다. 팀에는 빨리 녹아들 생각이다. 오승환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한신 선수는 없다. 예전에 1회 WBC에서 삼진을 잡았던 아라이 선수가 한신에 있는 것으로 안다"며 "팀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가 가깝게 지내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오승환은 지난 2006년 제1회 WBC 2라운드 일본전서 아라이 다카히로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경기를 끝냈다. 한신의 간판타자인 아라이는 오승환의 한신 영입이 결정된 이후 "WBC에서 삼진 당한 기억이 있다. 후지카와와는 또다른 느낌의 투수"라고 그의 한신행을 반겼다.
한신은 오승환을 정규시즌 때까지 요미우리와 주니치를 비롯한 센트럴리그팀에겐 등판시키지 않을 계획을 말하기도 했다. 라이벌에게 카드를 먼저 보여주지 않겠다는 것. 특히 요미우리는 한신이 꼭 이기고 싶은 상대다. 오승환에게도 요미우리는 이겨야하는 팀이다. 허나 의미는 달랐다. "꼭 라이벌이라고 해서 이겨야하는 건 아니다. 모든 팀이나 다 마찬가지로 상대하는 팀에겐 모두 이기고 싶다. 지려고 하는 게임은 아니지 않는가"라고 했다. 다만 분위기는 좀 다를 것으로 예상했다.
2년간은 한신의 선수로 뛰게될 오승환에게 2년 뒤엔 열린 세상이다. 사실 오승환이 한신행을 선택했을 때 메이저리그를 선호했던 팬들은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었다. 2년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오승환은 "그것은 2년 뒤에 얘기해도 된다"라고 하면서도 "일본으로 갔다고 아쉬워하는 팬들도 많으실텐데 현재에 만족하지는 않는다. 도전이란 것은 항상 열려있다"며 더 큰 무대를 향한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삼성 동료들과 함께 일주일 정도 함께 훈련한 오승환은 22일 한국으로 귀국해 비자업무를 진행한 뒤 23일 일본 오키나와로 떠나 한신캠프에 들어간다.
괌=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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