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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마사히로(26)가 앞으로 7년간 받게 될 1억5500만달러는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들이나 누릴 수 있는 대우다.
총액 기준으로 역대 투수 5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얼마전 LA 다저스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7년 2억15000만달러로 장기계약을 한 바 있는데, 그에 못지 않은 수준이다. 커쇼는 사이영상을 두 번이나 받은 현역 최고의 투수다. 다나카는 일본에서 사와무라상을 두 번 탔고, 지난 시즌에는 24승 무패의 신화같은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양키스가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는 낯선 투수에게 과도한 투자를 한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평균 연봉 2214만달러에 계약 4년 후 FA를 선언할 수 있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게 된 다나카는 몸값을 해낼 수 있을까. 물론 양키스의 기대치는 있을 것이다. 양키스 선발진은 이제 C.C 사바시아, 구로다 히로키, 이반 노바, 데이빗 펠프스에 다나카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에이스는 물론 사바시아다. 지난 2008년말 FA 계약을 통해 7년 1억6100만달러의 조건에 양키스로 옮긴 사바시아는 지난해 다소 부진(14승13패, 평균자책점 4.78)했지만, 통산 205승을 올렸다. 올해 개막전 선발로 사바시아 유력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다나카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은 상황에서는 그 역할이 바뀔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던진 적이 없는 일본인 투수가 사이영상 출신 베테랑과 비교되고 있는 것이다. ESPN은 다나카가 합류한 양키스 선발진을 전체 5위로 평가하기도 했다.
다나카의 구위와 제구력에 대해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라쿠텐에서 212이닝 동안 32개의 볼넷을 허용해 9이닝 평균 1.36볼넷을 기록했고, 피안타율도 2할1푼8리 밖에 되지 않았다. 특히 좌타자를 상대로도 피안타율 2할2푼6리로 우타자 상대(0.210) 못지않게 잘 던졌다.
다나카의 주무기는 150㎞ 안팎의 직구와 포크볼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스플리터로 불리는 포크볼은 노모 히데오, 사사키 가즈히로, 이와쿠마 히사시, 우에하라 고지 등 먼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일본인 투수들의 주무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나카의 포크볼은 스피드와 떨어지는 각도에 있어 역대 최고로 꼽힌다. 포크볼은 요즘 메이저리그에서도 흔한 구종이 됐지만, 정확한 제구력이 뒷받침된다면 여전히 공략하기 까다롭다. 여기에 다나카는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투심패스트볼, 커브 등 변화구도 많아 볼배합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다.
관건은 역시 적응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LA 다저스 류현진이 그랬던 것처럼 6개월간 이어지는 162경기의 대장정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 5일 로테이션과 동서부간 3시간의 시차에도 하루빨리 적응해야 한다.
양키스의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은 ESP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2007년부터 다나카를 보기 시작했고,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때 더욱 면밀히 관찰했다. 작년에는 그가 등판한 15경기에 스카우트를 파견했다"면서 "일본에서 선발투수는 7일마다 나오고 크기가 다른 공인구를 쓰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다나카에 대해서는 그가 어느 정도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알아내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