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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프로야구 이사회가 14일 열렸다. 여러가지 의미있는 결정을 내렸다.
왜 30만달러를 고집해야 했나
1998년 한국프로야구에 외국인 선수제도가 도입됐다. 당시 총 12만달러가 상한 기준선이었다. 도입 초창기, 그리고 IMF 한파라는 두 가지 변수를 고려한 금액이었다.
그런데 그 뒤로 전혀 오르지 않았다. KBO의 고집이 낳은 촌극이었다. '과도한 경쟁에 의한 외국인 선수 몸값인상의 견제수단'이라는 게 KBO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소용없었다. 경기력은 높아졌다. 결국 어느 정도 기량을 갖춘 외국인 선수만이 한국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프로에게 경쟁은 숙명이다. 외국인 선수도 예외는 아니다. 당연히 몸값은 올라갔다.
'30만 달러'라는 기준선은 있지만, 의미가 없었다. 만들어놓은 기준 자체가 용도폐기되면서 오히려 외국인 선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부작용을 낳았다. 기준선이 현실에 맞았다면 각 구단이 연봉상한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노력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준 자체가 없어지면서 경쟁만이 남았고, 결국 몸값은 계속 오르기 시작했다.
해프닝도 많았다. A구단이 데려온 외국인 좌완투수의 발표 연봉은 30만달러. 그런데 미국 현지 언론을 통해 발표된 금액은 2배가 넘었다. B구단에서 데려온 외국인 타자의 연봉은 역시 30만달러. 하지만 지난 시즌 그의 연봉은 200만달러가 넘었다.
KBO의 결단, 지금부터 시작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을 폐지한 것은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기본적으로 상식에 맞지 않는 제도는 수정, 보완 혹은 철폐되어야 한다. 결국 KBO는 그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30만달러의 그림자'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외국인 선수의 연봉을 제한하지 않았을 경우 발생되는 부작용이다.
프로야구는 한국 프로스포츠 중 가장 프로다운 프로다. 프로의 기본은 돈이다. 그리고 치열한 경쟁이다. 때문에 외국인 선수 연봉을 각 구단에게 맡기는 것은 가장 이상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스포츠 시장 자체가 좁은 한국에서 위험한 논리일 수 있다. 프로야구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최고의 스포츠다. 그러나 재정자립도는 여전히 꿈같은 얘기다. 모기업의 지원을 받아야만 생존이 가능해지는 구조다.
그런데 여기에서 프로의 경쟁만을 강조한다면. 그래서 외국인 선수 연봉이 천정부지로 올라간다면. 자칫 리그의 존폐로 연결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질 수 있다. 당연히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완충장치가 필요하다. '30만달러의 상한선 폐지'는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 그러나 이것이 외국인 선수 연봉의 상한선이 필요없다는 논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일단 연봉 상한선의 현실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서는 '자격제한'을 두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예를 들어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는 제외한다'와 같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처럼 외국인 보유한도를 늘려 '키워서 쓰는' 방법도 도입할 수 있다. 외국인 선수의 연봉 과열을 막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급을 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KBO는 좋은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