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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연봉 제한 폐지, 구단이 살길은?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4-01-15 11:11


그동안 국내 프로야구에서 유명무실했던 외국인 선수의 참가활동 보수(첫 해 최대 30만달러) 제한 규정이 폐지됐다. KBO(한국야구위원회) 이사회는 이미 시장에서 외국인 선수의 연봉이 30만달러를 훌쩍 넘어선 마당에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을 없애는 게 맞다고 본 것이다.


내년 시즌부터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 엔트리가 3명으로 늘어 타자 1명씩을 보유해야 한다. 대부분의 팀들이 과거 프로야구를 빛냈던 호세, 우즈와 같은 거포를 찾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그럼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먼저 외국인 선수 연봉이 지금 보다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그동안 갖고 있었던 상한 30만달러 규정이 협상 과정에서 조금이라고 몸값을 낮출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그 보루가 없어졌기 때문에 특정 선수를 두고 구단간 경쟁이 붙을 경우 연봉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에선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바이아웃' 머니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의 계약 조항에 의도적으로 큰 바이아웃을 걸어둘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국내 구단들이 과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큰 바이아웃 머니를 부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렇게 될 경우 외국인 선수에게 들어가는 인건비가 커지고 구단 운영에 짐이 될 수 있다.

한 구단의 고위 관계자는 제한 규정 폐지가 바로 외국인 선수 몸값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두산 베어스에서 한국 야구를 평정했던 타이론 우즈. 스포츠조선DB
그는 이미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국내에 들어오는 선수들의 몸값은 치솟아 있다는 것이다. 이미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선수의 평균 연봉은 50만달러를 넘어섰다고 한다. 올해 외국인 선수 한도가 3명(NC 4명)으로 늘어나면서 한 수도권 구단의 외국인 타자의 경우 150만달러를 받기로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선수 영입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는 있지만 구단 운영의 부담이 될 정도로 외국인 선수에게 모험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신 외국인 선수와 계약할 때 좀 다른 접근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한 전문가는 일본 야구 처럼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첫 계약에선 많은 연봉을 주지 못할 것이다. 대신 선수의 동기 부여를 위해 지금 보다 훨씬 다양한 보너스 옵션을 걸 수 있다. 첫 해 좋은 성적을 낼 경우 그 다음해 재계약에서 연봉을 대폭 올려주고 다년 계약을 할 수 있다.

9개 구단들은 앞으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면서 좀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들의 선택을 두고 비교 평가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외국인 선수의 첫해 연봉이 전부 30만달러로 동일하게 발표됐다. 하지만 이제는 구단이 의도적으로 축소 발표하지 않는 한 영입한 외국인 선수의 연봉이 그대로 공개된다. 따라서 시즌 성적과 비교했을 때 선수 몸값 대비 효율을 순위로 매길 수 있다. 결국 외국인 선수가 팀 성적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까지 나오게 된다. 구단 경영진 입장에선 무턱대고 몸값이 비싼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국내 야구에 반드시 통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가 실패할 경우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을 주고 데려온 선수가 고액 연봉 선수 보다 좋은 성적을 낼 경우는 찬사가 쏟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구단에선 발빠르게 외국인 선수 관련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실패를 줄이기 위해 좀더 면밀한 검토와 안전 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구단들의 생각은 똑같다. 적은 투자 비용으로 많은 걸 뽑아내길 원한다.

KBO는 이번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 철폐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몰고 올 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황에따라 외국인 선수 연봉이 상상 이상으로 치솟을 경우 국내 농구에서 실시하고 있는 트라이아웃 등의 보완책도 검토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일본 처럼 2군에선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두지 말아야 몸값이 오르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반길 일은 아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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