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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이호준 힐링인터뷰, "주장이라 행복하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01-07 12:07



"마음 같아선 은퇴할 때까지 주장하고 싶어요."

지난해 FA 선수 중 최고의 활약을 펼친 이는 누구일까. '먹튀'란 오명 대신 많은 선수들이 이름값을 했다는 평가지만, 이중에서 NC 이호준(38)의 활약은 돋보인다. 신생팀의 4번타자로서 또다시 '회춘'한 모습을 보였다. 홈런 20방을 때려내며, 2005년(21개) 이후 8년만에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이호준의 성적이 놀라운 건, 신생팀의 주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개인성적까지 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호준이 주장 역할을 게을리 한 건 아니다. 구단 내부적으로 지난해 FA 이호준의 영입이 최고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신인선수들과 여러 팀에서 모인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데는 주장 이호준의 존재가 컸다. 그 공을 인정한 것이다.

NC 주장이라 행복한 이호준, "은퇴할 때까지 주장이고파"

김경문 감독은 이런 이호준에게 또다시 주장 완장을 맡겼다. 2008년과 2011년 주장을 맡긴 했지만, 1년만에 실패로 끝났다. 지난해 이맘때 이호준은 "주장을 맡은 두 번 모두 실패했다. 2008년엔 부상으로 주장 역할도 하지 못했고, 2011년엔 우승에 실패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NC에선 실패하지 않았다. 이호준은 "작년에 후배들이 너무 잘 따라줘서 나한테 공이 많이 왔다. 부족한 선배를 이렇게 만들어준 후배들에게 고맙다"며 활짝 웃었다.

1994년 데뷔한 그의 프로 20번째 시즌, 2013년은 이호준에게 가장 행복한 한 해였다. 이호준은 "프로 생활을 20년 했는데, 1년 동안 정말 많은 걸 얻었고, 많이 배운 것 같다. 행복한 1년이었다"며 "작년과 마찬가지로 야구장 안에서 즐겁게 야구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주장으로서 내가 할 일이다. 때론 엄하게, 때론 많은 대화를 하면서 즐겁게 하겠다. 그래야 성적도 난다"고 강조했다.


한국시리즈 직행을 노리는 LG와 전날 패배를 설욕 하려는 NC가 15일 잠실에서 다시 만났다. 0대0으로 맞서던 9회 2사 1,2루에서 NC 이호준이 2타점 적시타를 치고 대주자로 교체 되며 동료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9.15/
올해 중점을 두는 부분은 '신구조화'다. 고참 역할을 할 이종욱 손시헌이 FA로 이적했기 때문. 이호준은 "어린 선수들이 고참들이 많아져 답답해할 수도 있다. 중간에서 그런 부분을 부드럽게 하는 게 내 일이다. 어린 친구들 생각도 들어주고, 중간 지점을 잘 찾아보겠다"고 했다.


마음 같아선 계속 주장이고 싶다. 그만큼 NC 선수들이 좋다. 이호준은 "지금처럼이라면 은퇴할 때까지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린 친구들이 선배를 너무 잘 따라준다"며 "어린 선수들을 많이 봐왔다. 어디로 튈 것 같은 느낌이 오면 잡아주고, 그런 게 딱딱 맞아 떨어진 1년이었다. 우리는 성장하는 팀"이라고 했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그는 지난해 주장 역할에 대해 "80점 정도 주고 싶다"며 "신생팀으로서 전통 같은 걸 만들고 싶었다. 시즌 끝나고 선수단과 함께 불우이웃돕기 등을 하려고 했는데 시간에 쫓겨 못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 사이의 중간 역할을 하는데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나도 이적 첫 해라 성적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고 말했다.

FA 중압감, "즐겁게 야구하는 NC라서 이겨냈다"

그의 말대로 주장으로서 역할도 있었지만, 개인 성적 역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FA 이적 첫 해, 게다가 첫번째 FA 때 실패했다는 주변의 시선도 있었다. 이호준은 "사실 FA 부담감이라는 게 있다. 나도 첫번째 FA 때 부담감에 당했다. 욕도 한 번 먹어봐서 그런지 이번엔 편하게 한 측면이 있다. 그런 나도 초반엔 헤맸다. 팀이 연패에 빠지니, 나도 덩달아 긴장해서 될 일도 안 되더라"고 털어놨다.


2013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렸다.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LG 이병규가 NC 이호준의 축하를 받고 있다.
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12.10/
이어 "계약 첫 해, 의욕적으로 하다 보면 부상이 오기 쉽다. 또 생각대로 안 되면 슬럼프에 깊게 빠진다. 팬들은 기대가 크기에 오랜 시간 기다려주지 않는다. 더 잘 할 수 있는데 더 안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며 "모두들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기에 주위에서 따뜻한 격려를 해주면 자기 역할을 하는데 아쉽다"고 덧붙였다.

결국 FA라는 중압감을 스스로 이겨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 부진에 빠졌을 때, 혼자 깊게 고민하는 게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이호준은 "그래도 우리팀은 성적에 대한 압박이 들어오지 않는다. 코칭스태프나 프런트 모두 선수를 배려한다"며 "대신 즐겁게 야구하는 팀을 만들자는 얘길 한다. 중압감을 느끼는 FA나 고참선수들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부담을 주지 않는 NC의 분위기가 FA 슬럼프를 막았다는 것이다. 이번에 FA로 NC 유니폼을 입은 이종욱과 손시헌에게도 호재가 될 수 있다.

두번째 FA에서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이호준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이호준은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NC가 첫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때, 그 주역으로 있으면 좋겠다. 팀의 우승을 보고 은퇴하는 게 야구인생 최고의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호준은 지난해 데뷔 첫 골든글러브 수상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순수 지명타자 중 압도적 활약을 펼쳤지만, 수위타자인 LG 이병규가 지명타자 후보로 오면서 2위에 그쳤다. 그는 "골든글러브는 매년 도전할 기회를 주는 것 같다. 목표가 아니라 도전이다. 올해도 열심히 하고, 안 되면 또 도전하면 된다. 나름대로의 채찍"이라며 미소지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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