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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이 종료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새 시즌 준비를 해야 한다. 프로야구 1군 9개 구단은 이번 주와 다음주에 시무식을 갖고, 선수단은 15일 일제히 해외 전지훈련을 떠난다. 비활동기간이기에 단체훈련을 할 수 없지만, 이미 선수들은 개인훈련을 시작했다. 그런데 넥센 히어로즈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새 시즌을 준비한다.
히어로즈 코칭스태프는 5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워크숍(오리엔테이션)을 연다. 6일 구단 시무식에 앞서 열리는 행사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염경엽 감독이 구단에 취지를 설명하고, 요청해 장소를 잡았다. 지난해는 1박2일, 올해는 당일 행사다.
염경엽 감독과 1,2,3군 코치 20여명이 모두 참석한다. 감독이 일방적으로 지도 방향을 지시하는 자리도 아니고, 형식적인 행사는 더더욱 아니다.
코치진 모두 바짝 긴장을 하고 있다. 히어로즈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각 파트별 코치가 올시즌 자기 분야의 선수 운용에 관해 발표를 해야 한다. 당연히 발표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비해야 한다. 파워포인트로 프레젠테이션에 나서는 코치도 있다.
각 분야별로 1,2군 코치가 구상을 발표하고, 의견을 조정해 선수들을 단계별로 나눈다. 이강철 수석코치는 "투수진의 경우 1,2군 투수코치가 1군 공백을 메우기 위해 2군에서 준비하는 선수, 올해보다 이후를 보고 육성하는 선수 등으로 정리를 한다. 각 단계별로 선수를 어떻게 준비시키고 육성할지를 논의한다"고 했다. 심재학 외야수비코치는 "많이 고민하고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발표 후에는 파트 구분없이 난상토론이 벌어진다. 미흡한 점을 지적하는 매서운 질책이 떨어질 수도 있고, 대안을 묻는 질문이 쏟아질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좀더 나은 생각이 나오고, 또 생각이 정리가 되는 것이다. 소통의 계기가 돨 수도 있을 것 같다. 경기는 선수가 하지만 그 선수를 만들고, 더 나은 경기력을 끌어내는 게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지난해에는 초반에 상당히 어색한 분위기로 흘렀갔다고 한다. 이런 형식의 워크숍이 워낙 생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고 한다.
사실, 히어로즈는 야구판에서 코치하기에 가장 힘든 구단으로 알려져 있다. 꼼꼼하게 파고드는 염 감독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됐다. 경기가 끝나면 감독 주재하에 분석 회의가 열린다. 당일 경기에서 미흡했던 점이 있었는지, 향후에 어떤 식으로 개선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