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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군도 해외전훈시대, 왜 대만으로 몰리나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12-18 08:08 | 최종수정 2013-12-18 08:08


가고시마 마무리 캠프에서 1루수 안태영의 수비훈련을 이강철 수석코치가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1군은 일본 오키나와, 2군은 대만이다.

프로야구 전지훈련지도 트렌드가 있다. 한동안 미국 애리조나, 하와이, 플로리다, 일본 규슈와 오키나와로 분산됐는데, 최근에는 대다수 구단이 오키나와에 모인다. 미국에서 1차 전지훈련을 진행하는 팀들도 대부분 2월 초중순이면 오키나와로 이동해 전지훈련을 마무리한다. 오키나와는 기온이 온화하면서 이동거리가 부담이 없고, 무엇보다 연습경기 상대팀을 구하기 쉽다. 이 기간에 대다수 일본 프로팀도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한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경기 감을 끌어올리는 데 좋은 조건이다. 경기장 시설도 팀 마다 편차가 있으나 무난한 수준이다.

그동안 해외 전지훈련은 1군 스프링캠프를 의미했다. 1군 주축 선수나 1,2군을 오가는 선수, 신인 유망주가 주로 참가했다. 바로 1군에서 활용이 가능한 선수가 해외전지훈련 참가 대상자였다.

반면, 2군 선수들은 주로 국내에 머물렀다. 실내 훈련장이나 2군 구장, 혹은 남부 지역으로 이동해 시즌을 준비했다. 사실 겨울에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실외 훈련을 하기는 어렵다. 부산이나 남해, 제주도가 비교적 따뜻하다고 하지만, 바람과 추위 때문에 제대로 훈련을 할 수 없다.

그런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화성 히어로즈(넥센 히어로즈 2군)를 비롯해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 NC 다이노스, KT 위즈 2군이 대만에 스프링캠프를 차린다. 국내 프로팀 10개 중 무려 6개 팀 2군이 대만을 찾는다.

화성 히어로즈는 2월 초 대만으로 출발해 3월 초 귀국한다. 두산 2군은 2월 초 부터 한달 간 머물 예정이며, NC는 1월 말 대만행 비행기에 오른다. 히어로즈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팀별로 대략 30명 정도의 선수가 참가하고, 한달 기준으로 2~3억원 정도가 들어간다. 두산은 지난해까지 잠실구장 실내훈련장과 이천 2군 구장, 부산 동의대 야구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이동거리도 길지 않고, 날씨가 따뜻해 선수들이 마음껏 훈련을 할 수 있다. 아무래도 경기장 시설은 일본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2군은 경기가 필요한 1군과 달리 연습 위주로 전지훈련을 한다. 떨어지는 경기장 수준을 따뜻한 날씨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훈련 환경은 일본 오카나와가 좋다고 볼 수 있는데, 이미 포화상태다.

2군에 대한 인식이 확연히 달라졌다. 사실 오랫동안 2군은 부진한 1군 선수가 잠시 머무는 곳, 혹은 당장 1군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선수들이 척박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데라는 생각이 컸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2군에서 키워낸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면서 인식이 달라졌다. 각 구단들이 2군 선수 육성의 중요성이 커지자 2군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대다수 팀이 2군 전용 구장과 훈련장, 숙소, 클럽하우스를 갖췄거나 기존 시절을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이제 해외훈련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화성 히어로즈가 물꼬를 텄다. 올 2월 히어로즈는 처음으로 대만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해 효과를 봤다. 시즌 때 2군에서 선수를 수급해 선수층을 두텁게 했고, 창단 첫 포스트 시즌까지 이뤘다. 타 구단들이 화성 히어로즈의 이런 성과에 주목한 것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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