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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상식 밖의 투수교체, 리빌딩 맞나요?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8-15 06:03



말과 행동이 다르면, 절대 성과가 나올 수 없다.

최하위 한화는 이미 오래 전에 '리빌딩'을 천명한 상태다. 이미 올시즌 순위 싸움은 물건너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 상황에선 탈꼴찌를 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그런데 말과 행동이 다르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행보다. 과연 팀 운영에 로드맵이란 게 있나 의심될 정도다.

14일 청주구장. NC와의 홈경기에 한화는 신인 조지훈을 선발로 등판시켰다. 2013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뽑힌 고졸 우완 기대주. 장기적으로 한화 마운드 리빌딩의 중심에 있는 선수다.

조지훈은 이날 경기 전까지 올시즌 12경기서 2패 평균자책점 3.74를 기록중이었다. 후반기 들어 두 차례 선발등판 기회도 얻었다. 지난달 25일 대전 롯데전에서 5⅓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패전투수가 되긴 했지만, 분명 미래를 기대케 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1일 목동 넥센전서는 3이닝 5실점으로 일찌감치 무너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두 차례 구원등판한 조지훈은 14일 모처럼 선발기회를 잡았다. 한화는 좌완 유망주 유창식을 비롯해 좌완 신예 송창현, 우완 이태양과 함께 조지훈을 선발감으로 점찍고 육성중이다.

그런데 이날 조지훈은 1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가야만 했다. 부상이 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컨트롤이 좋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조지훈은 1회초 선두타자 김종호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2루 도루를 허용했다. 이상호를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나성범 타석 때 폭투가 나와 1사 3루가 됐다.

조지훈은 나성범과 8구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그런데 8구째 직구가 너무 높게 들어갔다. 실투였다. 그렇게 조지훈은 투런홈런을 맞고 2실점했다. 하지만 이후 침착히 이닝을 마쳤다. 모창민을 삼진으로 돌려 세운데 이어, 조영훈을 1루수 앞 땅볼로 잡아냈다.


한화의 우완 신인 조지훈.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7.25/
1회말 한화는 김태균의 희생플라이가 나오며 1-2로 바짝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2회가 시작될 때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조지훈이 아니라, 또다른 우완 유망주 이태양이었다.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교체였다. 실투 하나가 홈런으로 연결돼 2실점했지만, 와르르 무너진 것도 아니었다. 볼을 남발한 것도 아니다. 꾸준히 스트라이크를 넣었다. 게다가 타선은 빠르게 1점을 따라간 상황이었다.


분명 좀더 지켜볼 수 있었다. 조지훈 역시 한화가 장기적으로 선발로 육성해야 할 '재원'이다. 하지만 한화 벤치의 움직임은 너무나 '즉흥적'이었다. 뒤이어 등판한 이태양마저 3회 권희동에게 3점홈런을 맞자, 4회부터는 황재규를 등판시켰다. 하지만 일찌감치 승부가 기운 상황이었다.

한화는 최근 꾸준히 선발로 등판하던 우완 파이어볼러 김혁민을 불펜으로 돌렸다. 긴 이닝을 던질 때보다 짧은 이닝을 던질 때 그나마 공이 좋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면서 경험이 없는 유망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날 한화는 조지훈(1이닝 2실점)과 이태양(2이닝 3실점), 송창현(2이닝 무실점) 등 선발 후보들을 계속해서 마운드에 올렸다.

선발투수는 경기 처음 등판해 자신이 게임을 이끌어가는 법을 알아야 한다. 그저 가장 먼저 나오는 투수가 아니다. 기회를 주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선발로 큰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익히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화의 마운드 운용은 이런 소중한 기회를 발로 걷어차는 모양새다. 그저 자신의 순서에 따라 던지고, 잘 던져도 못 던져도 그만인 식이다.

많은 투수들이 등판 기회를 잡는다고 좋을 건 없다. 오히려 지금 같은 즉흥적인 교체나 승부가 넘어간 상황에서의 잦은 등판은 선수들에게 '패배 의식'만 쌓을 뿐이다. 이미 꼴찌 한화엔 패배감이 팽배하다. 더이상 유망주들을 망쳐서는 안된다.


청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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