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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 트라우마가 있다."
선수들을 풀어주는 듯 하다가도 바짝 죄는 기술이 보통이 아니다.
넥센은 9개 구단 중 가장 느슨하게(?) 4일 휴식을 보내는 팀이다.
선수들 자율적으로 가급적 쉬게 하는 게 염 감독의 올시즌 소신이다.
17일 휴식을 취한 넥센은 18일 평소보다 약간 강도를 높여 오전-오후 훈련을 한 뒤 19일 일요일을 맞아 다시 푹 쉬었다. 20일에도 훈련이라기보다 컨디션 조절 정도로 몸을 풀게 한 뒤 두산과의 주중 3연전을 맞이했다고 한다.
올시즌 처음 도입된 4일 휴식 제도를 맞아 "아무래도 이틀씩 쉬게 하는 것은 무리다"라고 하는 다른 팀들과는 대조되는 장면이다.
그런데도 넥센은 지난 주중 두산전, 주말 롯데전에서 연이은 위닝시리즈로 재미를 봤다. 김진욱 두산 감독도 주말 휴식기를 넥센처럼 휴식에 비중을 두겠다고 한 걸 보니 염 감독의 휴식기법 약발이 먹히는 모양이다.
염 감독이 이같은 방식으로 4일 휴식을 취하는 것은 선수들의 요청때문이 아니다. 시즌 개막 이전부터 염 감독 스스로 고안한 것이다.
염 감독은 "선수 시절 경험을 돌이켜보니 무작정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다고 해서 좋은 점은 별로 없더라"라고 말했다.
이처럼 휴식 앞에서 한없이 관대한 염 감독은 경기장에 와서는 완전히 달라진다. 요즘 강호 삼성과 기분좋은 선두 경쟁을 하며 부러움을 사고 있는 상황을 맞게 되자 오히려 혹시라도 생길지 모를 빈틈 단속에 나섰다.
염 감독은 "우리팀이 요즘 야구를 잘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다소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감독인 나부터가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는 모습을 보일 수가 없다"며 짐짓 비장한 표정을 관리했다.
이럴 때 일수록 엄한 아버지처럼 선수들에게 채찍도 휘두르고 긴장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것이다.
좋은 성적에도 털끝의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염 감독은 "선수-코치 시절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도 선수, 코치를 경험하면서 절실하게 깨달은 것은 성적 좀 좋아졌다고 마음을 살짝 놓았다가 어김없이 뒤따르는 것은 실패와 후회였다. 그런 전철을 우리 선수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게 염 감독의 설명이다.
염 감독은 "잔소리도 성적 나빠서 분위기 가라앉았을 때보다 성적 좋아서 분위기 좋을 때 해야 먹히는 법 아니냐"며 두 얼굴의 미소를 짓는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