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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선발투수 각성 없이는 반전 기회도 없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5-22 11:20



19일 잠실 KIA전에서 거둔 LG 류제국의 첫 승. 그의 승리가 한국 무대 첫 선발등판에서 따낸 승리라서, 고교시절 라이벌이었단 KIA 김진우와의 맞대결에서 거둔 승리라서 가치있었던 것 만은 아니다. 혜성같이 등장해 팀의 굴욕을 청산해줬다. 무슨 굴욕이냐고. 13경기 연속 선발 무승. 선발투수가 승리를 챙기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팀이 패배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LG의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선발진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다.

LG가 어렵게 얻어낸 반전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LG는 21일 대구 삼성전에서 4대8로 완패, 연승 기회를 날렸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1회말 1점을 내줬지만 2회초 곧바로 3점을 내 승리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선발 신재웅이 4회 들어 급격한 난조를 보였고, 구원투수 임정우의 부진과 2루수 손주인의 결정적인 실책 등으로 단숨에 분위기를 삼성에 넘겨주고 말았다. 잘 던지던 선발 신재웅이 선두타자 정형식을 사구로 출루시킨게 뼈아팠다.

LG는 올시즌을 앞두고 리즈, 주키치의 원투펀치에 우규민, 신정락, 임찬규가 이어 던지는 5선발 체제를 만들었다. 선발진이 좋다는 삼성, KIA 등 강팀에 견줄 건 못됐지만 나름 내실있는 선발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는 최악의 상황이다. 선발투수의 승리를 지켜보는게 월례행사가 돼버렸다.

원인을 살펴보자. 외국인 듀오인 리즈와 주키치의 부진이 충격적이다. 리즈는 지난 4월 10일 NC전에서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챙긴 후 등판한 6경기에서 모두 패전을 기록했다. 그래도 리즈는 핑계거리라도 있다. 리즈는 6번의 패전 경기 중 3실점을 초과해 점수를 내준 적이 없다. 나름 선발투수로서의 역할을 해줬다는 뜻. 하지만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이어간다고 해서 에이스가 제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에이스는 타선이 부진할 때, 그 타선의 부진마저도 감싸줄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리즈의 문제는 제구다. 들쭉날쭉한 경기 초반 제구로 투구수가 많아지고 결국 6이닝 이상을 소화해내지 못한다. 올시즌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경기가 4월 24일 삼성전에서의 6⅔이닝이다. 리즈가 경기 중반 위기를 허용하고, 후속투수들이 그 위기를 제대로 넘기지 못해 경기를 내주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

주키치는 더욱 실망스럽다.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이전에 독특했던 그의 투구가 한국생활 3년차를 맞으며 한국타자들에게 익숙해졌다는게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빠른공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상대타자들에게 위압감을 주지 못하는 현실이다. 결국 지난 13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두 사람이 지난 4월 12일 이후 11경에 선발로 나서 거둔 성적이 승리 없이 8패. 특히, 원투펀치의 부진은 올시즌 더욱 타격이 크다. 9개 구단 체제로 쉬는 날이 발생한다는 것은, 그 선수들이 이전 3연전에 등판하고 다음 3연전에 또다시 등판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팀들은 그렇게 에이스들을 내세워 승리를 챙겨가는 반면, LG는 쉰 효과를 전혀 내지 못하니 상대적으로 1패 이상의 충격을 받고있는 것이다.

여기에 임찬규가 일찌감치 선발에서 탈락한 가운데, 남은 토종 선발인 우규민, 신정락도 마음 편히 공을 던질 수가 없다. 외국인 투수들이 계속해서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다음 경기에 등판하는 이들에게 더 큰 중압감이 밀려온다.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주던 우규민도 최근 3연패를 당하는 중이다. 물론, 리즈와 마찬가지로 3경기 모두 3실점을 초과하지 않아 더욱 아쉬움이 크다.

타선도 힘을 내야 한다. 최근 경기에서 LG 선발투수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비슷한 스코어로 경기가 흐르면, 경기 중반 확 무너지고 만다는 것이다. 타선이 점수를 내주지 못해 '이렇게 가면 결국 우리가 지겠지'라는 생각에 부담감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1~2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는 경기가 이어진다. 류제국의 경우, 4-2로 앞서던 5회 2사 만루 상황서 터진 손주인의 싹쓸이 2루타 덕에 마음편히 남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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