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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류중일 감독은 부상 관리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다.
얼핏 상반돼 보이는 이야기. 하지만 맥락을 살펴보면 메시지는 하나다. 프로다운 철저한 자기 관리에 대한 주문이다. '부상은 자기 관리 실패의 결과→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빼겠다→자리를 비운 사이 주전이 바뀔 수도 있다'는 강력한 화두를 언론을 통해 선수단에 던지고 있는 셈이다.
류 감독이 이런 이야기를 태연하게 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비상 사태에 대비해 준비된 백업층, 플랜B가 제대로 가동하는 안정된 시스템 덕분이다. 각 팀 사령탑들은 '재난 사태'에 대비한 시스템을 미리 갖추려 노력한다. 단기간에 현실적으로 쉽게 해결되는 과제가 아니다. 1년차 사령탑 넥센 염경엽 감독은 "시즌 중 주요 선수의 부상 이탈에 대비한 라인업을 전지훈련 기간 동안 여러 각도로 가동해봤다. (이 시뮬레이션은) 어쩌면 우리 코치들도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주요 선수 1명 정도가 빠질 경우 큰 무리 없이 갈 수 있다. 하지만 2명 이상 빠지면 조금 골치가 아플 것 같다"고 말한다. 부상은 장기 레이스를 소화애햐 하는 선수 개인이나 팀에게 모두 가장 중요한 변수이자 으뜸 관리대상이다.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피할 수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인 부상. 시각을 뒤집어 보면 긍정적 효과가 전혀 없는건 아니다. 만년 주전 선수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대체 백업 요원이 경기 출전 속에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주전 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우. 원래 주인이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해당 포지션에 활력이 생기고 팀은 더 강해진다. 드물지만 부상의 선순환 효과다. 현재 삼성이 꼭 그렇다. 하지만 타 팀이 '삼성 선수층이 두텁다'고 무작정 부러워 할 일은 아니다. 장기적 안목에서 오랜 시간이 투자된 결과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