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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화, 두산 상대로 탈꼴찌 의미는?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3-04-21 17:23 | 최종수정 2013-04-22 06:19


한화 마무리 송창식이 9회 1사 만루의 위기를 벗어나며 승리를 지킨 뒤 포수 정범모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한화가 시즌 초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자 다른 감독들은 대부분 "겨울 훈련도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처질 팀은 아니다"며 의아해 했다.

하지만 한화는 롯데와의 개막 2연전을 모두 역전패로 내줬고, 투수들이 연일 난타를 당하는 바람에 연패가 13경기까지 이어졌다. 한화는 물론 프로야구판 전체가 충격에 빠졌고, 경기의 질적 하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한화는 지난 16일 대전에서 NC를 상대로 감격적인 시즌 첫 승을 거두며 연패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응용 감독은 눈시울을 적시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드러냈다. 대전팬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한화는 이후 18일까지 3연승을 달렸다.

그런데 연패를 끊은 상대팀은 신생팀 NC였다. 9개팀 가운데 객관적으로 전력이 가장 떨어지는 '막내'를 상대로 연승을 달렸기 때문에 한화가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화는 3연승 직후인 19일 잠실 두산전서 1대15로 대패했다. 걱정했던대로 마운드가 초반부터 무너졌다. 막강 타선을 자랑하는 두산을 상대로 투수들이 제대로 버텨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던 터다.

그런 한화가 두산을 무너뜨렸다. 한화는 21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팽팽한 투수전 끝에 1대0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날 넥센에 패한 NC를 끌어내리고 마침내 꼴찌에서 벗어났다. NC를 제외한 다른 구단을 상대로 거둔 첫 승이었다. 무엇보다 전력을 재정비할 수 있는 휴식기간(22~25일)을 앞두고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경기 내용을 보여줬다는 것이 고무적이었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경기전 "기본적으로 한화는 그렇게 무너질 팀이 아니다. 기본기가 떨어지는 선수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다른 팀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바탕이 있는 팀"이라고 평가했다. 아무리 한화가 최하위에 처져 있다고는 해도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였다.

이날 한화는 중심타자인 최진행과 김태완을 선발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최근 타격감이 떨어진 두 선수 대신 최승환과 추승우를 선발로 기용했다. 투수들은 대부분 불펜에서 대기한다고 했다. 나흘간의 휴식을 앞두고 투수들을 모두 써도 되는 상황이었다. 김응용 감독은 이날도 경기전 덕아웃에 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었지만, 에이스인 바티스타가 선발로 나섰기 때문에 지난 16일부터 이어온 마운드 총력전을 펼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역시 바티스타의 호투가 돋보였다. 바티스타는 시즌 첫 승을 거둔 16일 대전 NC전 이후 5일 만에 등판했다. 바티스타는 6이닝 동안 안타 4개와 볼넷 1개를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전날까지 탈삼진(37개) 1위를 달리며 위력적인 구위를 과시했던 바티스타는 컨트롤 위주의 피칭으로 정교한 두산 타선을 상대했다. 두 차례 위기를 넘긴 것이 승리의 발판이 됐다. 1회 무사 1,3루서 김현수를 3루수 땅볼로 잡은 뒤 계속된 1사 만루서 홍성흔을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처리하며 두산의 기를 제압했다. 낮게 떨어지는 132㎞짜리 커브가 홍성흔의 배팅타이밍을 제대로 빼앗았다. 4회에는 1사 1,2루서 오재원과 허경민을 범타로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났다. 안정된 제구력을 앞세워 집중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5회와 6회를 모두 삼자범퇴로 막으면서 분위기를 끌어갔다. 1점차 리드 상황에서 선발 바티스타가 물러나자 한화는 '공식'대로 김혁민 송창식을 투입했다. 송창식은 9회 1사 만루서 양의지를 내야플라이, 정수빈을 내야땅볼로 잡아내며 1점차 승리를 지켰다.

수비수들도 투지가 돋보였다. 모처럼 실책이나 본헤드플레이 없이 깔끔한 수비를 펼쳤다. 베테랑 유격수 이대수는 2회 양의지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막은 뒤 1루로 던져 아웃시켰고, 4회에는 2루수 한상훈이 오재원의 땅볼을 쓰러지면서 잡아내며 아웃처리했다. 호수비만큼 경기 분위기를 띄우는데 좋은 것은 없다. 왜 진작 이렇게 하질 못했을까 하는 뒤늦은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이에 대해 이대수는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매순간 집중하는 플레이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제 쉬면서 선수들과도 오늘 경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김응용 감독도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다. 오늘 수비가 좋았다"는 짧은 말로 만족감을 나타냈다.

공수주에서 모두 한 수 위로 평가받는 두산을 상대로 귀중한 1승을 따냈다는 점에서 휴식일 이후 한화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더욱 기대를 모은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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