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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완 김선빈이 다 하고 있지, 뭐…."
17일 광주구장. LG전을 앞두고 타자들의 배팅 훈련을 지켜보던 KIA 선동열 감독의 한마디. "이용규, 김원섭에 이범호 최희섭도 타격 페이스가 정상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일단 선 감독은 맹목적으로 나지완을 감싸지는 않았다. "투수 출신이 보면 안다. 고의는 아니었다. 커브 다음에 몸쪽 직구를 던지면 몸에 맞을 확률이 높아진다. 커브 볼은 팔각도가 뒤에서 늦게 나오기 때문이다. 커브 다음에 몸쪽 직구가 실투가 된 것 같다"며 사실 관계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파악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나지완을 위한 변명도 잊지 않았다. "사실 최근 지완이가 잘 치다보니 몸쪽으로 붙는 공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몸에 맞는 공도 많다. 엄청 빠른 공(154㎞)에 정통으로 맞았으니 화가 날만도 했다"며 두둔했다. 실제 나지완은 넥센 서건창과 함께 사구 공동 1위(5개)를 기록중이다. 때마침 장비를 챙겨 그라운드로 나서는 나지완을 향해 선 감독은 큰 소리로 "지완아, 너 없으면 안돼"라고 외쳤다. 해프닝 속에 살짝 의기소침해진 나지완을 위한 배려와 함께 웃으며 넘기라는 뜻의 한마디. 좌중에 터진 웃음. 장비를 든 채 고개를 살짝 돌린 나지완의 얼굴에도 쑥스럽지만 싫지만은 않은 미소가 흘렀다. 이날 나지완은 두번째 타석에서 3루 옆을 빠져나가는 2루타로 진루타를 친 뒤 안치홍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나지완은 전날 리즈의 공에 사구를 맞은 뒤 말다툼 끝에 벤치클리어링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나지완은 "타자들은 보면 안다. 분명 나를 향해 고의로 던졌다"며 오해를 풀지 못했다. 17일 경기 전 훈련 중 LG 포수 현재윤은 나지완을 찾아 "고의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윤은 나지완의 신일고 선배다. KIA 출신 LG 최태원 코치와 이진영도 훈련 중인 나지완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였다. 훈훈한 장면이었다.
강타자에게 집중되는 몸쪽 위협구와 사구 수난. 클러치 히터로 한단계 더 성장한 나지완이 성숙하게 대처하고 극복해 가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