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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용 감독이 경기후 뒷길로 빠져나가는 이유는?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04-16 19:12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13일 대전 한밭운동장에서 열렸다. 한화가 LG에 1대5로 패해 결국 개막후 12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한화 김응용 감독이 패색이 짙어진 9회말 덤덤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한화의 12연패는 2003년 롯데의 개막전 12연패와 타이기록이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4.13/

김응용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일까, 아니면 팀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서일까.

시즌 초반 한화가 극도의 부진에 빠졌는데도, 질책보다 따뜻한 응원을 보내고 있는 대전팬들을 어떻게 봐야할까. 구단 프런트는 물론, 코칭 스태프도 다소 낯선 풍경(?)을 보면서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팀 성적은 관중동원과 직결이 되고, 팀 성적에 따라 관중석 분위기가 달라진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홈팀이 극도의 부진에 빠졌을 때 일부 극성 팬들이 경기가 끝난 뒤 감독을 불러세워놓고 청문회를 열기도 했다. 극성 팬들 때문에 게임이 종료된 후 선수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1~2시간 동안 경기장에 발이 묶이는 경우도 있었다.

경기중에는 듣기에 민망한 욕설이 쏟아지기도 하고, 페트병이 그라운드 안에 날아들기도 한다. 관전 문화가 예전보다 많이 성숙해졌다고 하지만, 응원하는 팀이 연패에 빠지면 소극적인 팬은 발길을 돌리고, 열성 팬은 선수들을 강하게 질책한다. 응원팀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크다고 볼 수도 있다. 사실 어느 정도 수준의 야유는 관중 문화의 일부로 이해해줘야 한다. 한 메이저리그의 방송 해설가는 그랬다. "수백만 달러를 받는 부자들을 거부들을 대놓고 욕할 수 있는 데가 야구장 말고 또 있냐"고.

16일 NC 다이노스전에는 유성구민 400~500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구단에 따르면 따로 마련한 이벤트가 아니라고 한다.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14일 대전 한밭운동장에서 열렸다. 한화 선수들이 LG에 0대8로 패한후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한화는 2003년 롯데의 개막전 12연패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13연패를 기록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4.14/
그런데 시즌 초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화 선수들은 대전팬들의 따뜻한 응원에 어리둥절할 것 같다.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에 따르면 경기중에 관중석에서 이렇다할 욕설이 나오지 않고 있다. 경기 후반 승패가 갈라지면 자리를 뜨는 경우가 많은데, 대전팬들은 경기가 종료된 후에도 관중석에서 남아 선수단을 격려하는 응원을 하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 원정팀 특정 선수가 나오면 끊임없이 욕설을 쏟아내는 팬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한화 구단이다. 특정 팬을 경기장 출입금지까지 시킨 일도 있었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팀이 이렇게 안 좋은데도 팬들이 열심히 응원을 해주니 몸둘바를 모르겠다"고 했다. 김 수석코치는 시즌 초반이지만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성원을 보내주는 팬 문화가 조금 낯설다고 했다.

요즘 가장 곤욕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는 게 김응용 감독일 것이다. 그러나 김 감독도 팬들의 질책 때문에 어려움이 겪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얼마전부터 김 감독은 경기 후에 대전구장 중앙 출입구가 아닌 다른 통로를 통해 경기장을 빠져 나간다고 한다.


김 감독은 "몇 차례 중앙 출입구를 이용해 주차장으로 갔는데 많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더라. 팀이 부진해 면목이 없는데 오히려 격려를 해줘 너무 미안했다"고 했다.

성적부진이 계속돼도 대전팬들은 지금처럼 변함없이 따듯한 성원을 보내줄까.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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