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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있다.
넥센의 톱타자 서건창(24)이다. 서건창이 사구(몸에 맞는 공)에 맞아 고통스러워하겠지만 팀은 웃는 경우가 많다.
서건창이 얻어내는 사구가 승리의 보증수표가 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서건창은 13일 현재 10경기에 출전해 사구 5개로 9개팀 선수가 가운데 가장 많이 맞았다.
지난해 127경기에 출전해 총 7개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올시즌 목표 가운데 하나로 출루율을 높이겠다고 해서 그런지 사구 기록에서도 반영되는 모양이다.
톱타자로서 어떻게든 자주 출루를 해야 기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서건창은 올시즌 도루 부문에서도 전준우(롯데)와 함께 공동 1위(6개)를 차지하고 있다. 일단 출루에 성공하면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득점권을 만들어 내는 게 올시즌 서건창 스타일이다.
더구나 서건창의 사구는 승리의 수호신이었다. 13일 삼성전(4대15 패)을 제외하고 이전까지 사구를 맞았던 4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그것도 승부와 직접 상관이 없는 사구가 아니었다. 서건창은 사구를 맞고 출루하면 어김없이 도루를 시도하거나 후속타자의 도움으로 진루에 성공했고 승리에 결정적인 득점까지 만들었다.
이쯤되면 상대팀으로서는 서건창의 사구가 공포의 대상이 될 만도 하다. 특히 서건창의 타격 스타일을 두고 여러가지 뒷말이 나오기도 한다.
우투좌타인 서건창은 타석에서 홈플레이트 쪽 타석라인이 바짝 붙어서는 스타일이다. 사구를 유도하기 위해 그러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사는 것이다.
지난 12일 삼성전에서 서건창이 8회 사구를 얻었을 때 삼성 포수 진갑용이 심판에게 잠깐 어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넥센 염경엽 감독이 서건창을 적극 변호하고 나섰다. 타자로서 요령일 뿐이지 논란거리가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염 감독은 서건창이 타석에서 바짝 다가서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서건창은 몸쪽 공을 공략하는데 능숙한 편이다. 으레 대부분 선수가 그렇듯이 몸쪽 공에 강하면 바깥쪽 공에 약한 편이다. 서건창 역시 바깥쪽 공을 공략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바짝 다가선다는 것이다.
여기에 아직 젊어서 그런지 배짱도 두둑하다. 사구에 맞아 좀 아픈 것쯤이야 참을 수 있다, 괜찮다는 자세라고 한다. 바깥쪽 공략을 위해서는 사구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단단히 마음 먹었다.
염 감독은 "서건창이 사구를 유도하기 위해 그런 타격자세를 취한다고 오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면서 "고의로 사구를 유도했다고 판단되면 심판이 그냥 볼을 선언하면 되는 것이지 주변에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서건창으로서는 가까이 다가서서 타격할 수밖에 없는 간절한 이유가 있는 것이기에 부상 위험까지 감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자인 서건창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요령으로 이해해야지 반칙성 플레이는 결코 아니라는 게 염 감독의 설명이다.
서건창을 두둔했던 염 감독은 그래도 제자의 부상이 걱정스러웠을까. "혹시 가능하면 조금만 떨어져서 쳐보라고 권유했다"고 껄껄 웃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