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
잠실구장은 그를 '프로야구 감독 김경문'으로 자리잡게 해준 공간이다. 2004시즌부터 두산 사령탑을 맡아 2007년과 2008년 두 차례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비록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진 못했지만,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감독으로 '명감독' 자리에 오른 기반이었다.
NC는 이날 경기 전까지 5전 전패에 빠져있었다. 너무도 빨리 신생팀의 한계에 부딪혔다. 9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만난 김 감독은 선수들에 대한 걱정부터 앞서는 듯 했다.
그는 "매번 맨땅에서 하다가 처음 천연잔디에서 뛰는데 어떨 지 모르겠다. 맨땅에 헤딩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지난 7일 경기에서도 나왔듯 여긴 바운드가 갑자기 빠르게 튀어 오를 때가 있다"며 이날 경기에 나설 선수들을 걱정했다.
|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유심히 지켜보던 그는 업그레이드된 잠실구장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원정팀 라커룸에 감독실까지 생겼더라. 홈플레이트 뒤로 깐 인조잔디도 보기 좋다. 시원하니 깔끔해 보인다. 경기 전 훈련 때문에 잔디가 항상 다 죽었다"고 했다.
하지만 안방이 아니라 애로사항도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난로가 많지 않았던 것. 이날은 경기 전 빗방울과 함께 진눈깨비가 날리는 등 매우 쌀쌀했다. 아래쪽 벤치에만 난로가 하나 있었고, 감독 자리엔 작은 난로 하나 없었다. 두산 사령탑 시절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다. 그래도 김 감독은 "땀복 같은 것을 입고 나가라"라며 훈련중인 선수들을 챙겼다.
잠실구장 복귀전,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낄 만 했다. 단단했던 과거 두산 선수들과 달리, 아직 완성되지 않아 무르디 무른 NC 선수들의 경험 부족을 다시 한 번 체감해야 했다.
김 감독의 우려도 현실이 됐다. 잠실구장 그라운드 역시 NC처럼 '미완성'인 상태였다. 비시즌 동안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쓰는 흙을 공수해 와 내야 그라운드에 깔았지만, 아직 흙이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했다.
자고로 흙은 계속해서 밟아줘야 일어나지 않고 단단해지는 법이다. 하지만 아직은 선수들의 스파이크에 쉽게 파이는 상태. 곳곳에 파인 흔적 때문에 불규칙 바운드도 급증하고 있다. 시즌 초반 잠실구장에서 실책이 속출하는 이유다.
|
외야수 경험이 부족한 조평호지만, 김 감독은 빈약한 공격력을 만회하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좌익수 조평호 카드를 꺼내들었다. 결국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다음 타자 박용택의 평범한 유격수 앞 땅볼. 하지만 유격수 노진혁은 다리 사이로 공을 빠트렸다. 프로에서 잘 보기 힘든 '알까기'가 나온 것이다. 만약 이 타구를 병살타로 처리했다면, 추가 실점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2회에도 실책으로 1점을 내줬다. 이번엔 현대에서 주전 유격수까지 경험했던 2루수 차화준이 실수를 범했다. 역시 마찬가지로 알까기였다. 2사 1,2루서 나온 이 실책은 곧바로 실점으로 직결됐다. 4회초 4-3으로 경기를 뒤집기도 했지만, 4회말 연속안타와 실책으로 3실점하며 승기를 내줬다.
이날 기온은 4도 가량. 여기에 바람까지 강했다. 체감온도는 영하를 가리킬 정도였다. 여전히 잔뜩 긴장한 NC 선수들의 심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여기에 그라운드 컨디션까지 도와주지 않았다.
경기 전 김 감독은 "올해 우리는 많이 맞으면서 맷집이 생길 것이다. 이 악물고 하며 점점 강팀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잠실 복귀전 결과는 5대9 패배, 잔혹한 6전 전패였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