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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돌아온 잠실' 김경문, 새내기 데리고 '격세지감'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4-09 22:06 | 최종수정 2013-04-10 06:53



"오늘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

모처럼 잠실구장을 찾은 그의 눈은 휘둥그레 졌다. "우리 구장에서 하다 여기 오니까 진짜 크네." 마산구장과 달리 외야 펜스까지 거리가 너무 멀다며 활짝 웃었다. NC 김경문 감독이 667일만에 잠실구장 덕아웃에 앉았다.

김 감독은 지난 2011년 6월 12일 잠실 SK전을 끝으로 두산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다음날 자진사퇴했다. 이후 신생팀 NC 사령탑에 선임됐지만, 지난해 팀이 퓨처스리그(2군)에서 뛰면서 잠실구장을 찾을 일이 없었다.

잠실구장은 그를 '프로야구 감독 김경문'으로 자리잡게 해준 공간이다. 2004시즌부터 두산 사령탑을 맡아 2007년과 2008년 두 차례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비록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진 못했지만,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감독으로 '명감독' 자리에 오른 기반이었다.

NC는 이날 경기 전까지 5전 전패에 빠져있었다. 너무도 빨리 신생팀의 한계에 부딪혔다. 9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만난 김 감독은 선수들에 대한 걱정부터 앞서는 듯 했다.

그는 "매번 맨땅에서 하다가 처음 천연잔디에서 뛰는데 어떨 지 모르겠다. 맨땅에 헤딩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지난 7일 경기에서도 나왔듯 여긴 바운드가 갑자기 빠르게 튀어 오를 때가 있다"며 이날 경기에 나설 선수들을 걱정했다.


4강 진출의 시험대에 오른 LG와 창단 첫 승에 목이 마른 NC가 9일 잠실 야구장에서 만났다. NC 4회초 공격 1사 1,3루에서 역전 희생타를 친 노진혁(왼쪽)과 득점을 올린 조평호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4.09/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의기소침할까봐 걱정하는 모습. 이 역시 카리스마 넘치던 두산 사령탑 시절과는 다른 따뜻한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오늘 날씨가 매우 춥다. 선수들이 어려울 것이다. 춥다 뿐이겠나. 안 그래도 다들 가슴이 벌렁거릴텐데 이런 날씨에 잘 하라고 뭐라 하기도 그렇다"며 "많이 아프면서 우리 선수들이 강해지고 힘을 내야 한다. 지금 승률 0할인데 올라갈 일 밖에 없다"고 밝혔다.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유심히 지켜보던 그는 업그레이드된 잠실구장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원정팀 라커룸에 감독실까지 생겼더라. 홈플레이트 뒤로 깐 인조잔디도 보기 좋다. 시원하니 깔끔해 보인다. 경기 전 훈련 때문에 잔디가 항상 다 죽었다"고 했다.


하지만 안방이 아니라 애로사항도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난로가 많지 않았던 것. 이날은 경기 전 빗방울과 함께 진눈깨비가 날리는 등 매우 쌀쌀했다. 아래쪽 벤치에만 난로가 하나 있었고, 감독 자리엔 작은 난로 하나 없었다. 두산 사령탑 시절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다. 그래도 김 감독은 "땀복 같은 것을 입고 나가라"라며 훈련중인 선수들을 챙겼다.

잠실구장 복귀전,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낄 만 했다. 단단했던 과거 두산 선수들과 달리, 아직 완성되지 않아 무르디 무른 NC 선수들의 경험 부족을 다시 한 번 체감해야 했다.

김 감독의 우려도 현실이 됐다. 잠실구장 그라운드 역시 NC처럼 '미완성'인 상태였다. 비시즌 동안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쓰는 흙을 공수해 와 내야 그라운드에 깔았지만, 아직 흙이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했다.

자고로 흙은 계속해서 밟아줘야 일어나지 않고 단단해지는 법이다. 하지만 아직은 선수들의 스파이크에 쉽게 파이는 상태. 곳곳에 파인 흔적 때문에 불규칙 바운드도 급증하고 있다. 시즌 초반 잠실구장에서 실책이 속출하는 이유다.


4강 진출의 시험대에 오른 LG와 창단 첫 승에 목이 마른 NC가 9일 잠실 야구장에서 만났다. 2회 2사 1,2루 위기에서 LG 이진영의 평범한 타구에 에러를 범해 점수를 헌납 한 NC 2루수 차화준(왼쪽)이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4.09/
NC는 이날 실책 4개를 범했다. 앞선 경기들처럼 매끄럽지 못한 플레이로 스스로 무너졌다. 1회부터 실책 2개가 나와 너무도 쉽게 2점을 내주고 말았다. 무사 2루서 나온 이진영의 좌전안타 때 좌익수 조평호가 공을 더듬었다. 이 사이 오지환은 홈까지 내달렸다.

외야수 경험이 부족한 조평호지만, 김 감독은 빈약한 공격력을 만회하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좌익수 조평호 카드를 꺼내들었다. 결국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다음 타자 박용택의 평범한 유격수 앞 땅볼. 하지만 유격수 노진혁은 다리 사이로 공을 빠트렸다. 프로에서 잘 보기 힘든 '알까기'가 나온 것이다. 만약 이 타구를 병살타로 처리했다면, 추가 실점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2회에도 실책으로 1점을 내줬다. 이번엔 현대에서 주전 유격수까지 경험했던 2루수 차화준이 실수를 범했다. 역시 마찬가지로 알까기였다. 2사 1,2루서 나온 이 실책은 곧바로 실점으로 직결됐다. 4회초 4-3으로 경기를 뒤집기도 했지만, 4회말 연속안타와 실책으로 3실점하며 승기를 내줬다.

이날 기온은 4도 가량. 여기에 바람까지 강했다. 체감온도는 영하를 가리킬 정도였다. 여전히 잔뜩 긴장한 NC 선수들의 심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여기에 그라운드 컨디션까지 도와주지 않았다.

경기 전 김 감독은 "올해 우리는 많이 맞으면서 맷집이 생길 것이다. 이 악물고 하며 점점 강팀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잠실 복귀전 결과는 5대9 패배, 잔혹한 6전 전패였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4강 진출의 시험대에 오른 LG와 창단 첫 승에 목이 마른 NC가 9일 잠실 야구장에서 만났다. NC는 초반 어이없는 내야진의 실책으로 점수를 내주며 어려운 경기를 펼친 가운데 첫 승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김경문 감독이 경기중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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