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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두산 코너 타선의 반란, 중심타선 보다 무섭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4-10 06:52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9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열렸다. 두산 2회초 무사 1,2루에서 이종욱이 우월 3점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광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4.09/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9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열렸다.두산 민병헌이 8회초 무사 1루에서 좌월 투런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광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4.09/

타선의 파괴력은 중심타선에서 나온다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9일 경기에서 두산 타선은 이 상식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타순의 양쪽 끝을 맡은 1-2번과 8-9번, '코너 타선'들이 무서운 파괴력으로 반란을 일으켰다.

두산은 9일 광주 KIA전에서 무려 4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장단 17안타로 이날 전까지 최근 1주일간 팀 평균자책점 1위로 잘 나가던 KIA 타선을 초토화시켰다. 특히 4-4로 맞선 7회초에만 8번 양의지와 9번 고영민의 올 시즌 2호 연속타자 홈런과 2번 민병헌의 투런 홈런 등 홈런 3개를 집중하며 대거 7점을 뽑아 KIA의 6연승 도전을 저지했다.

이날 경기에서 두산 타선은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줬다. 이날만 4개의 홈런을 치면서 넥센(7개)을 제치고 팀 홈런 9개로 단독 1위에 올라섰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날 4홈런의 주역들이 흔히 생각하는 '파괴력 담당' 중심타선이 아니라 '게임 메이커' 역할을 해주는 상하위 타선이었다는 것이다. 1번 이종욱(3회초 3점 홈런)과 2번 민병헌(8회초 2점 홈런)의 테이블 세터진 그리고 8번 양의지(8회초 1점 홈런)와 9번 고영민(8회초 1점 홈런)이 4개의 아치를 그렸다.

통상적으로 1, 2번 테이블세터진은 득점을 직접 만들어내기보다는 득점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래서 파워보다는 정교함, 그리고 스피드와 작전수행능력이 뛰어난 타자들이 이 자리를 맡게 된다. 이날 두산의 선발 테이블세터진인 이종욱과 민병헌은 딱 그런 선수들이다. 장타력은 약하다.

8, 9번 하위 타선의 역할도 정해져있다. 주자 상황에 따라 타점을 올릴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일단 공격의 흐름을 상위 타선으로 연계해주는 역할을 주로 담당한다. 사실 1번부터 9번까지의 타순 가운데 8, 9번의 공격력이 가장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이들에게 벤치가 기대하는 것은 어떻게든 살아나가는 것이다. 대타로 가장 많이 바뀌는 위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산의 1, 2번과 8, 9번은 달랐다. 마치 다른 중심타선 못지 않은 파워를 과시했다. 이종욱은 2회초 1사 1, 2루에서 KIA 임준섭의 3구째를 잡아당겨 우측 폴을 직접 맞히는 홈런을 날렸는데, 힘보다는 배트 스피드와 타이밍으로 만들어낸 기술적인 홈런이었다.

양의지나 고영민 그리고 민병헌 역시 이와 비슷하다. 이들 가운데 한 시즌에 20홈런 이상 기록해본 타자는 양의지 한 명 뿐이다. 양의지는 기본적으로 파워가 있다. 하위타순에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중심타순에 배치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머지 세 타자는 다르다. 이들이 홈런을 만들어낸 것은 기술과 집중력의 승리로 봐야한다.


결국 두산 타선의 파워와 집중력이 전체적으로 크게 향상됐다고 봐야 한다. 올 시즌 두산 역시 상위권 성적을 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받는 것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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