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팀의 자격'은 스스로의 힘으로 증명할 수 있을 때 더 빛이 난다.
아직 채 20경기도 치르지 않은 프로야구 시즌 극초반이지만, 각 팀들의 희비와 명운이 엇갈리고 있다. 이 짧은 기간에도 '뜨는 팀'과 '지는 팀'의 표정이 교차한다. 개막 후 3연승을 달리던 두산은 곧바로 3연패를 당하며 휘청이다 가까스로 다시 1승을 회복했다. 롯데 역시 개막 5연승의 신바람을 냈다가 KIA를 만나 2연패를 당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렇듯 각 팀의 희비가 교차하는 가운데 최근 가장 뜨겁게 기세가 오르는 팀은 바로 KIA다. KIA는 홈 개막 2연전에서 넥센과 1승씩 주고받으며 동수를 이루더니, 지난 주 한화와 롯데를 상대로 5연승을 싹쓸이했다. 투타의 막강함이 여실하게 나타나며 '강팀'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9개 구단 중 최강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KIA를 진정 '강팀'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어떤 팀이든 진정으로 '강팀의 자격'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통과해야 할 관문이 있다. 또 다른 강팀과의 대결이다. 약한 팀을 상대로 한 승수 쌓기가 아닌 호적수라고 할 만한 또 다른 강팀과 힘대 힘으로 맞붙어 이겼을 때야말로 진짜 '강팀'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시즌 초반 롯데가 5연승을 기록했지만, 상대팀이 시즌 최약체로 평가받는 한화-NC였다는 점 때문에 롯데가 진짜 강팀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롯데는 한화나 NC와는 전력의 스케일이 다른 KIA와의 대결을 통해 많은 보완점을 노출한 채 2연패를 당했다. 롯데는 아직까지는 강팀이 아닌 것이다.
KIA도 마찬가지다. 초반 승률이 좋지만, 약체인 한화전 3연승의 도움이 컸다. 전력이 꽤 괜찮은 넥센전에서는 힘대 힘의 대결에서 압도하지 못했다. 롯데전 2연승의 경우도 KIA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기 보다는 롯데 스스로 자멸한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KIA를 '강팀'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검증이 덜 됐다.
그러기 위해서 KIA가 거쳐야 할 첫 번째 관문은 바로 '천적 사냥'이다. 일단 지난해 철저히 당하기만 했던 '천적'들과의 맞대결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지난해 KIA는 페넌트레이스를 5위로 마감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1~4위 팀들에 매우 약했다. 삼성에는 6승12패1무 두산에는 8승10패1무였고, SK와 롯데를 만나서는 똑같이 7승11패1무로 무릎을 꿇었다. 상위팀과의 대결에서 이처럼 크게 밀리니 4위 이상으로 오르기 힘들 수 밖에 없었다.
야구는 기세 싸움에서도 승패가 크게 좌우되곤 한다. 때문에 시즌 초반 KIA가 지난해 천적들과의 맞대결에서 확실히 기선을 제압한다면, 진정한 강팀의 자격을 입증하는 동시에 남은 시즌을 편안하게 치를 수 있다. 일단 롯데와의 첫 만남에서는 2연승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남은 상대는 삼성과 SK 두산이다. 두산과는 당장 9일부터 주중 3연전을 펼치고, SK와 삼성은 이달 하순께 3연전씩 잡혀있다. SK는 19일부터 주말 원정 3연전이고 삼성은 26일부터 주말 홈3연전이다. 결국 이 9차례의 승부에서 어떤 결과를 이끌어내느냐에 따라 KIA가 시즌 초반 진짜 강팀의 자격을 얻게될 수 있을 지가 판가름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렁차게 포효하고 있는 호랑이떼가 '천적사냥'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