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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이명기, 올 시즌 최고의 '히트상품' 될까?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3-04-05 10:53


두산과 SK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4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7회초 1사 1,2루 SK 이명기가 중견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2타점 3루타를 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4.04/

올 시즌 SK에는 유난히 낯선 이름이 많다.

SK는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차가 가장 적은 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처럼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선수들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적은 없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선수는 단연 이명기이다. 이명기는 정근우를 제치고 시즌 개막전부터 톱타자에 나서고 있다. 하위 타선도 아니고 팀 공격의 물꼬를 트는 1번 타자 자리를 무명의 선수에게 맡기는 경우는 무척 드물다. 게다가 2년간의 공백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지난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돼 2008년에서야 1군 경기에 나섰던 이명기는 2010년까지 3년간 고작 14경기에 나와 5안타 2타점이 기록의 전부다. 1m83의 키에 80㎏로 훌륭한 체격 조건에다, 정근우에 버금갈 정도의 빠른 발을 가지고 있고 좌타자라는 이점까지 지녔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선후배들이 경찰청과 상무에 입대해 야구를 계속했지만, 이명기는 그런 기회도 잡지 못한 채 공익근무로 2년간의 공백까지 가진 후 지난해 말에야 다시 그라운드에 복귀할 수 있었다.

어쩌면 1군에 자신의 미미한 기록만을 남긴 채 그냥 스러져갈 수 있는 절박한 위기에서 이명기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겨우내 누구보다 성실히 훈련에 임했고 이는 이만수 감독의 눈에 들어왔다. 지난달 30일 LG과의 개막전 오더에 WBC 참가로 좀처럼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는 정근우 대신 '1번 이명기'를 적어낸 과감한 판단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첫 경기에서 5타수 2안타 1득점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명기는 이어진 3경기에서 모두 톱타자로 나와 꼬박꼬박 안타를 생산해 냈다. 그리고 정근우에 이어 2번 타자로 나선 4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만점 활약을 이어갔다.

첫 타석에서 절묘한 밀어치기로 좌전 안타를 생산한 이명기는 두번째 타석에서도 또 다시 좌전 안타로 출루했다. 5회에서는 1사 3루에서 중견수 깊숙한 플라이로 팀의 첫번째 타점을 올린 이명기는 1-2로 뒤진 7회 1사 1,2루에서 두산의 4번째 투수 윤명준의 낮은 직구를 이번에는 잡아당겨 중견수 옆으로 총알같이 날아가는 타구를 날렸다. 두산 중견수 정수빈이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이는 역전 2타점을 올리는 싹쓸이 3루타가 됐다. 통산 2타점에 그쳤던 선수가 하루에만 3타점을 쓸어담으며 해결사 역할까지 한 것이다. 승리타점이 됐음은 물론이다.

이만수 감독은 경기 전 "이명기는 정근우처럼 초반 스피드가 뛰어나지 못하지만 중간부터 빨라지는 말처럼 뛴다. 톱타자임에도 도루가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는데, 이를 만회하려는 듯 1회에는 1군 통산 처음으로 도루까지 기록하며 호타준족의 시동까지 걸었다.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어렵게 시즌을 시작한 SK에게 올 시즌 최고의 '히트상품'이자 '보물'임은 분명하다.
잠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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