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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을 세 명 정도는 넣어야 되는데 말이야."
KIA 선동열 감독이 시범경기 도중 던진 한 마디. 선 감독은 그의 말대로 개막 엔트리에 세 명의 신인을 넣었다. 투수 임준섭과 박준표, 내야수 고영우가 그 주인공이다. 선 감독은 일찌감치 우승을 목표로 내건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험 없는 신인 기용은 독이 될 수도 있다.
올해도 그 기조는 계속되고 있다. FA(자유계약선수) 김주찬 영입과 부상자들의 복귀로 막강해진 타선엔 빈틈이 없어졌다. 5라운드 전체 44순위로 입단한 내야수 고영우는 대주자나 대수비로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두 명의 신인투수에겐 중요한 역할이 부여될 수 있다. 일단 좌완 임준섭은 시즌 초반 공백이 불가피한 윤석민 대신 선발투수로 투입된다. 이미 시범경기 3경기서 2승 평균자책점 3.38로 합격점을 받았다.
임준섭은 엄밀히 말하면 순수 신인은 아니다. 개성고-경성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입단했다. 1라운드 지명자 박지훈과 함께 억대 계약금(1억1000만원)을 받았다. 그만큼 기대주였다. 하지만 입단과 함께 팔꿈치 수술을 받고 1년을 통째로 날렸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가이드북에도 신인선수로 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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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암스로 박준표의 경우 뒤늦게 발굴한 케이스다. 중앙고-동강대를 졸업하고 올해 7라운드 전체 62순위로 입단했다. 순번에서 나타나듯, 입단부터 기대를 모은 자원은 아니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진행된 1차 스프링캠프 명단에서도 빠졌다. 하지만 중국에서 진행된 2군 전지훈련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선 감독은 중국 전훈을 마친 박준표를 2차 전훈이 한창이던 오키나와로 불러들였다. 상대 타자에게 정면으로 승부하는 배짱이 돋보였다. 시범경기서도 구위는 좋았다. 5경기서 4⅓이닝 1실점으로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했다. 일찌감치 베테랑 유동훈과 함께 옆구리투수에게 할당된 두 자리 중 한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 홍성민이 해준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구단 입장에서 미래를 대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당장의 성적을 내야 하는 감독은 더욱 그렇다. 일부 지도자들은 이름값에 의존한 선수기용으로 가까운 미래를 잃기도 한다.
KIA는 올시즌 우승이 목표다. 현재 전력으론 당연히 목표가 'V11'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선 감독은 신인선수 육성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강한 2군'을 외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 감독의 선택을 받은 신인선수들, 과연 호랑이군단의 우승 주역이 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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