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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이 빗나가도 한참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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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올 시즌 프로야구는 투수들이 득세하고, 타자들은 위축되는 '투고타저' 현상이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투고타저' 현상이 기승을 부린데다 특히 올해는 1990년 이후 23년만에 홀수구단 체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투수들이 더 힘을 낼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개막전부터 이런 예상이 크게 빗나갔다. 이날 인천(SK-LG)과 대구(삼성-두산) 광주(KIA-넥센) 부산(롯데-한화)에서는 총 54점이 쏟아져나왔다. 경기당 평균 13.5점 꼴. 특히 대구구장에서는 두산이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한 경기에 만루홈런을 2개나 치는 등 전국적으로 7개(대구 3개, 광주 2개, 인천 2개)의 홈런이 터지면서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이날 만큼은 완전히 '타고투저'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던 셈이다.
타자들의 불망망이, 정규시즌 내내 이어질까
하지만 시즌 전체에 관한 경향성을 개막 4경기의 결과만으로 예측하는 것은 무리다. 이날 '타고투저' 현상이 전국을 휩쓸었다고 해서 올 시즌 전체 분위기가 '타고투저'로 흐를 것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23년 만에 홀수구단 체제로 치러지는 올 시즌은 큰 틀에서 보면 분명히 투수에게 더 유리한 면이 큰 것이 사실이다. 8개 팀이 4경기를 치르면 반드시 1개 구단은 쉬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휴식 일정이 불규칙적으로 길어지게 되기 때문. 이 경우 분명 타자보다는 투수에게 유리하다. 실제로 과거 홀수구단 체제로 치러진 시즌에서는 투수들이 득세했다.
6개 구단에서 7개 구단체제로 막 바뀌었던 1986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리그 평균자책점이 3.48에서 3.08로 뚝 떨어졌고, 무려 6명의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가 탄생했다. 이를 근거로 올해는 '20승 투수'가 탄생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따라서 이번 개막전은 다소 특이한 상황이었다고 해석하는 편이 보다 설득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개막전에서 많은 점수가 난 상황도 몸이 덜 만들어진 선발투수들이 실투로 장타를 얻어맞거나 불펜진이 무너진 경우가 많았다. 전년에 비해 개막이 빨라진 점도 개막전에 나선 투수들에게는 다소 불리하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시즌이 진행될수록 보다 '투고타저'형으로 리그가 흘러갈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