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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너무 여유 있는 것 아닌가?"
라이브피칭은 타자를 세워두고 실전처럼 공을 던지는 것을 말한다. 타자는 서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배팅에 나선다. 아직 타자들의 훈련이 얼마 진행되지 않아 많은 공을 지켜보긴 했지만, 마운드에서 감각을 끌어올리는데 최적화된 훈련이다.
한때 "담배를 끊는 게 어떻겠나"라며 '조크'를 던졌던 현지 취재진도 류현진의 손끝에 시선을 모았다. 좀처럼 그라운드 취재를 하지 않던 이들이 그라운드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배팅케이지 뒤에 늘어섰다.
훈련이 모두 종료된 뒤 라커룸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현지 취재진은 이전과 달리 다저스 홍보팀에게 류현진이 어딨는지를 묻고, 인터뷰 자리를 주선해주길 요청했다. 평소 찾아볼 수 없던 관심이었다.
류현진은 "지난번 불펜피칭 때도 그렇고, 지켜보는 눈이 많았는데 긴장을 하나도 안 하더라"라는 질문을 받았다. 류현진의 '쿨'한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답변이 나왔다. 그는 "그게 항상 하던 방식인데?"라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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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취재진은 류현진이 정말 오른손잡이가 맞냐며 이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류현진은 야구를 시작한 10살 때 아버지가 사온 왼손잡이용 글러브를 받아든 뒤 좌완투수가 됐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오른손으로는 못 던지냐"는 질문에는 가까운 거리만 겨우 던진다고 답했다.
밥을 먹고, 탁구를 치고. 심지어 타격도 오른쪽으로 하는 그가 왼손으로 그런 공을 던진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할 만 했다. 류현진은 "처음부터 왼손으로 던져서 익숙해진 것 같다. 자연스레 그렇게 던졌다"며 어리둥절해했다.
관심은 아버지 류재천씨로 옮겨갔다. 아버지가 야구 선수였냐는 등의 질문이 계속 됐다. 류현진은 "아버지는 럭비를 하셨다. 야구는 왼손잡이가 유리하다며 그 글러브를 사주셨다"고 말했다. 3월에 아버지가 온다는 소식까지 전한 뒤에야 가족에 대한 질문이 끝났을 정도였다. 소소한 것까지 다 물어볼 정도로 현지 취재진의 관심은 뜨거웠다.
류현진은 팀 적응에 대한 질문을 받자 "선수들과 친해지는 게 제일 재밌다"고 했다. 추신수가 '선수들과 무조건 빨리 친해지고, 잘 어울려라'라고 한 조언도 소개했다. 류현진은 목표를 묻는 취재진의 마지막 질문에 "여기 왔으니 우승하는 게 목표"라고 당당히 답했다.
어이없는 담배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현지 취재진은 류현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그저 한국에서 온 선수 정도로만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그 시선이 바뀌어가고 있다. 그들도 'LA 몬스터'가 보여줄 괴력을 기대하고 있다,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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