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위기 깨면 안된다.'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는 이제 그야말로 살얼음판 승부다.
2승2패 원점으로 돌렸으니 한 경기를 먼저 승리하는 팀이 분위기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양팀이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공히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이른바 '실수 경계령'이다.
초반 2연승으로 우승 반지에 근접했다가 2연패로 무너진 삼성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삼성은 2연패 과정에서 실수 때문에 기선을 빼앗기는 뼈아픈 경험을 잇달아 했다.
지난 3차전에서는 삼성 유격수 김상수의 실책으로 비극을 맛봐야 했다. 김상수가 중전안타성 타구를 절묘한 다이빙 캐치로 잡은 것까지는 좋았다. 1사 1, 3루 상황이라 일단 3루 주자의 홈대시를 막았고 1루 주자를 2루에서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김상수는 자신의 포구를 감지하지 못한 채 타구가 중전으로 빠진 줄 알고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시간을 지체했고, 황급히 1루로 던진 공마저 악송구가 되는 실책을 범했다.
설상가상으로 악송구가 SK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타자주자 최 정과 2루주자 박재상에게 2개의 베이스가 주어졌다. 7-6으로 앞서다가 순식간에 실책 폭탄을 맞으며 7-8 역전을 허용한 삼성은 이후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어수선한 상태에서 아웃카운트 1개를 추가하고 2사 1, 2루 상황을 맞았다가 박정권을 고의4구로 걸러내며 선택했던 김강민에게 허를 찌르는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은 것이다.
그것으로 삼성은 끝이었고, SK는 실책 덕분에 기가 바짝 살았다.
4차전에서도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았지만 이승엽의 본헤드플레이 악령이 뻗쳤다. SK 선발 김광현을 맞아 고전하던 삼성은 4회초 이승엽의 내야안타와 박석민에게 볼넷을 엮어 무사 1, 2루의 찬스를 맞았다.
후속 타자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홈런만 2개를 때린 최형우라 기대가 컸다. 하지만 최형우는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를 쳤고, 이승엽이 커다란 실수를 했다. 타구 방향을 미처 파악하지 않은 채 안타가 될 것으로 여겼는지 3루를 향해 생각없이 달리다가 횡사한 것이다.
절호의 기선제압 찬스를 놓친 삼성은 분위기가 푹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고, SK는 거꾸로 신바람이 났다. 곧바로 이어진 4회말 SK 공격에서 박재상과 최 정의 백투백 홈런이 터져나왔다. 4차전 역시 여기서 사실상 끝이 났다.
류중일 삼성 감독이 경기가 끝난 뒤 "경험 많은 이승엽도 실수했다. 타구 판단을 잘못해 분위기가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것이 없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토로할 만했다.
우승을 향한 매직넘버가 줄어들 수록 선수들의 긴장-압박감은 반대로 자꾸 커진다. 이럴 때 분우기에 찬물을 끼얹는 실수가 승부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5차전부터 '실수 경계령'의 경고음이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