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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애타는 외침 '응답하라 2007', 평행이론까지 성립한다?
2007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SK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3연승으로 기세를 올린 두산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1차전 0대2 패배, 2차전 3대6 패배. 1차전엔 두산 리오스에게 막혀 이렇다 할 찬스도 없었다. 0-2로 뒤진 8회말 선두타자 김재현이 우전안타로 출루하며 마지막 기회를 잡았지만, 최 정-박경완-정근우가 모두 범타로 물러나며 1점도 내지 못했다. 2차전엔 서로 홈런포 2방씩을 주고 받고 패했다. 믿었던 2선발 채병용이 5⅔이닝 6실점하며 무너졌다.
공교롭게도 올해 2연패한 패턴도 비슷했다. 1차전에서 1-2로 뒤진 6회초 선두타자 정근우의 좌전안타와 박재상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찬스를 만들었지만, 최 정과 이호준이 삼성 신예 심창민에게 범타로 물러났다. 5년 전과 마찬가지로 점수를 짜내는 데 실패했다. 2차전엔 믿었던 마리오가 최형우에게 만루홈런을 맞는 등 2⅔이닝 6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6회 정근우의 솔로포가 나왔지만, 이미 넘어간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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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25일. SK와 두산의 운명을 가른 한국시리즈 3차전은 실책과 벤치클리어링으로 요약된다. 두산 유격수 이대수는 이날 무려 3개의 실책을 범했다. 그것도 모두 승부처였던 6회에 나왔다. 그리고 7-0으로 앞선 1사 2,3루. SK 3루주자 정근우는 과감하게 홈스틸을 감행했고, 이혜천이 던진 공을 포수 채상병이 뒤로 빠뜨려 패스트볼이 됐다. 정근우에 2루주자 조동화까지 홈을 밟았다. 7점차 상황에서 나온 SK의 홈스틸은 '도발'이었다. 결국 이혜천은 타석에 있던 김재현에게 고의성 짙은 몸쪽 위협구를 던졌고, 곧장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이 벤치클리어링은 시리즈 분위기가 SK로 넘어간 결정적 사건이 됐다. 김동주를 포함한 고참 선수들까지 흥분한 두산은 이후 평정심을 지키지 못했고, SK의 페이스에 말려들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지난 28일 열린 3차전에서 삼성은 실책 3개를 저질렀다. 특히 4회와 6회 진갑용, 김상수의 실책은 뼈아픈 실점으로 직결됐다. 5년 전을 떠올릴 만한 상황. 여기에 벤치클리어링까지 나올 뻔 했다. 3회와 4회 배영섭이 두 차례 사구로 출루했고, 5회엔 박한이가 박정배의 공에 오른쪽 허벅지를 맞았다. 박한이는 박정배를 노려보며 대치 상황을 연출했다. 삼성 덕아웃에선 이승엽을 필두로 몇몇 선수들이 덕아웃 앞으로 뛰쳐나왔다. 하지만 최규순 주심이 재빠르게 박한이를 진정시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3차전을 하루 미뤄준 '비'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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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 투성이 김광현의 4차전 호투, 연속타자 홈런까지…
2007년 10월26일 잠실구장. 모두가 4차전 두산의 우세를 점쳤다. 1차전서 완봉승을 거둔 리오스가 다시 출격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SK는 신인 김광현을 내보내 '포기했다'는 인식까지 줬다. 하지만 '깜짝 카드' 김광현은 대성공했다. 7⅓이닝 무실점 완벽투. 반면 3차전 벤치클리어링 때 가장 늦게까지 그라운드에 남아있던 리오스는 5회 조동화와 김재현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는 등 5이닝 3실점으로 위력을 상실했다.
공교롭게도 5년 뒤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도 선발투수는 김광현이었다. 이번엔 신인투수가 아니라 팀의 에이스로 나섰다.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의 실망스런 모습, 그리고 확신을 주지 못한 몸상태로 인해 물음표가 붙었던 등판이지만 5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삼성 선발 탈보트도 6이닝 3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박재상-최 정에게 연속홈런을 맞으며 흔들린 4회가 아쉬웠다. 기대하지 않아던 김광현의 호투, 그리고 연속타자 솔로홈런. 나름 의미를 두자면, 소름 돋을 만큼 비슷한 '평행이론'으로 볼 수도 있다.
2007년 5,6차전은 일방적인 SK의 우세였다. 5차전에서 두산은 무려 4개의 병살타를 치며 자멸했다. 6차전에선 1회 선취점을 냈지만 3회 병살타로 달아나는데 실패하면서 정근우의 2점홈런 한 방에 역전당하고 말았다. 과연 2012년의 5,6차전은 어떨까. SK 입장에선 계속해서 'Again 2007'을 외칠 것이다. 2승2패 동률. 여러모로 재밌어진 한국시리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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