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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감독, '하루살이' 신세로 전락했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2-10-30 17:37


19일 부산구장에서 SK와 롯데의 2012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렸다.
롯데가 4-1로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앞서갔다. 경기 후 허남식 부산시장의 손에 이끌려 그라운드로 나온 양승호 감독이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10.19/

감독들의 '평균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아예 '감독 경질'이 유행처럼 프로야구계를 휩쓸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니 '감독 목숨은 파리 목숨'이라는 자조섞인 한탄도 야구인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를 합쳐 총 7명의 감독이 유니폼을 벗었다. 모두 계약기간을 남겨둔 상황에서 '자진사퇴' 등의 형식으로 치장됐지만, 사실상 구단에 의해 경질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지난해 LG 박종훈 감독과 두산 김경문 감독 SK 김성근 감독 KIA 조범현 감독 등 4명의 명장들이 팀을 떠나더니 올해 들어서는 넥센 김시진 감독과 한화 한대화 감독에 이어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던 롯데 양승호 감독마저 '자진사퇴'의 형식을 빌어 팀을 떠나고 말았다.

이들 7명의 감독들이 팀을 떠나는 바람에 현재 1군 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8개 구단은 최근 2년 사이에 모두 감독이 바뀌었다. 매우 기이한 현상임에 틀림없다. 8개 구단 중에는 분명 우승팀도 있었고,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 팀도 있었다. 그럼에도 구단은 감독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는 구단측이 현장의 감독을 어떻게 바라보는 지 잘 나타내주는 현상이다. 구단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거나 구단이 원하는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언제든 바꿔버릴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보통 구단이 한 명의 감독과 계약을 할 때는 '계약서'라는 것을 작성한다. 보통 2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일정한 연봉과 계약금을 지급하고, 선수단 운영에 관한 전권을 위임한다는 약속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 '계약서'의 의미가 전혀 없어졌다. 걸핏하면 감독을 교체하는 바람에 계약서가 종이조각이나 다름없게 돼 버렸다.

감독들이 이렇게 단명하고, 구단이 일방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다보니 어느 누구도 자신만의 색깔을 구단에 뿌리내리지 못한다. 그저 성적이 최우선과제가 되다보니 올 시즌 8개 구단의 팀 컬러는 대부분 비슷해졌다. 일각에서는 야구 수준이 '하향 평준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각 구단 사령탑이 자신의 소신대로 선수들을 지도하지 못한 채 구단이 원하는 성적에 맞추려다보니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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