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데없는 가정 하나.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릴 예정이었던 지난 27일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1+1의 딜레마
삼성 류중일 감독은 한국시리즈 직전 "선발 투수진을 1+1로 운영하겠다"고 했다. 기존 선발에 또 하나의 선발을 대기해, 경기 초반 위기의 순간 언제든지 출격시키겠다는 것.
문제는 틈새 약점이 생겼다는 점이다. 1, 2차전까지는 이같은 전술이 성공했다. 하지만 3, 4차전에서 급변했다. 차우찬도 심창민도 고든도 믿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1점 승부'인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1+1 선발'을 쓰기 쉽지 않게 됐다. 그렇다고 필승계투조를 끌어쓰기도 쉽지 않다. '권오준의 공백'이 크다. 지난해 권오준은 엄청난 구위를 선보였다. 하지만 올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삼성의 필승계투진은 양적으로 2% 부족하다. 믿을 수 있는 투수는 안지만과 오승환밖에 없다.
임팩트없는 타선
1차전에서 삼성 타선은 끝내 추가점을 뽑지 못했다. SK 투수진을 힘으로 제압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2대1로 승리했지만, 너무나 불안했다.
3차전도 마찬가지다. 6-1로 앞선 상황에서 SK 타선은 맹추격했지만, 삼성 타선은 더 이상 터지지 않았다. 4차전도 침묵했다.
삼성이 최강이라고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는 투타의 밸런스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삼성은 투수력의 팀이다. 타력은 상대적으로 처진다.
국민타자 이승엽이 돌아왔고, 최형우와 박석민이 중심타선에 포진해 있다. 박석민은 4차전 도중 교체할 정도로 타격감이 좋지 않다. 최형우도 홈런 2방을 때렸지만, 나머지 타석은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배영섭과 정형식 등 기술이 좋은 교타자들도 있다. 하지만 유기적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타력의 힘이 한계가 있다. 활발한 듯 하면서도 폭발적이진 않다. 수준급의 투수들이 총출동하는 한국시리즈에서는 더욱 그렇다.
검증되지 않은 벼랑 끝 부담감
SK는 최근 6년간 단기전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정근우 김강민 박재상 최 정 등 그런 경험을 한 선수들이 주축이다.
반면 삼성은 아직 벼랑 끝 부담감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았다. 지난해 삼성은 4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부담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진 않았다. 너무나 지쳐버린 SK와 막강한 전력의 삼성이 대비되면서 철저하게 힘으로 눌렀다.
2승2패다. 실수 하나면 천 길 낭떠러지다. 삼성은 신구 조화가 잘 이뤄져 있다. 하지만 김상수 정형식 등 신예선수들은 심리적인 부담감에 대해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 기존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3차전 김상수는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4차전에서는 베테랑 이승엽도 주루 미스를 했다. 최근 2년간 경험하지 못한 혹독한 검증대에 삼성 선수들은 서야 한다. SK 선수들은 이미 통과했던 자신과의 심리싸움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