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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삼성과 이승엽, 실수 충격 벗어던질까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2-10-30 10:25


삼성 이승엽이 29일 한국시리즈 4차전 패배가 확정된 직후 침통한 표정으로 덕아웃을 나서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 선수가 본헤드 플레이를 할 경우 팀은 충격에 빠질 수 있다.

삼성 이승엽은 29일 한국시리즈 4차전서 결정적인 베이스러닝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0-0이던 4회초 무사 1,2루서 최형우의 우익수플라이 아웃때 타구가 안타가 될 것으로 잘못 판단해 3루쪽으로 스타트를 끊는 바람에 결국 귀루하지 못해 아웃이 됐다. 상황이 무사 1,2루에서 2사 1루가 됐으니 삼성으로서는 공격의 맥이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이승엽은 타격 뿐만 아니라 수비와 주루에서도 거의 빈틈이 없는 선수로 정평이 나있다. 만일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메이저리그처럼 오로지 수비 실력만 가지고 뽑는다고 해도 이승엽은 1루수 부문서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될 자질을 갖추고 있다. 이승엽은 역대로 1루 수비 실력이 좋았던 이숭용 서용빈과 비교해도 뒤질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베이스러닝도 마찬가지다. 발이 빠르지는 않지만, 한 베이스를 더 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제대로 판단하고 적극적인 주루를 하는 스타일이다. 때로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기습 도루를 감행하기도 한다.

그런 이승엽이 한국시리즈에서 실수를 저질렀으니 그 충격파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듯하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이날 경기후 "야구에서 가장 어려운게 타구 판단이다. 경험 많은 이승엽도 그래서 실수를 했다"며 아쉬워했다.

이제 이승엽으로서는, 아니 삼성 입장에서는 4차전 실수의 충격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필요가 있다. SK의 상승세를 막아내려면 '아무일 없었다'는 자세로 5차전 이후를 치러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승엽에게 달려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승엽이 한국시리즈 들어 타격감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은 4번 박석민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3번 이승엽과 5번 최형우가 중심타선에서 해결사 노릇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다. 4차전까지 이승엽은 타율 3할5푼7리(14타수 5안타)에 1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24일 대구에서 열린 1차전에서는 선제 투런홈런을 날리며 홈 2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게다가 이승엽은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홈런을 날리는 '특기'를 가지고 있다. 2002년 한국시리즈서 9회말 동점 3점포를 터뜨린 것이나, 2008년 베이징올림픽때 일본과 쿠바전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날린 것이 좋은 예다. 슬럼프에 빠져 있다가도 팀에서 간절히 원하면 홈런을 쏘아올리는 '신기한 스타성'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삼성 역시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이승엽이 언젠가는 또 한번의 '마술'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이승엽은 과거의 일을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는 스타일이 아니다. 전쟁에서 실수는 병가지상사다. 산전수전 다겪은 이승엽에게는 4차전의 주루 실수가 별일 아닐 수도 있다. 이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고, 경기는 '야구 메카' 잠실에서 펼쳐진다. 진정한 스타성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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