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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이만수, 적장 류중일을 진짜 시험대에 올렸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2-10-30 07:25 | 최종수정 2012-10-30 07:25


2012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 SK와 삼성의 경기가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렸다. 경기 전 삼성 류중일 감독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10.28/

다수의 감독들은 삼성 류중일 감독(49)을 부러워했다. 정확하게 말해 삼성의 투타 전력을 인정했다. 꺾어야 할 상대팀이지만 삼성이 객관적인 전력으로 봤을 때 최고로 강하다는 걸 받아들였다.

이런 '삼성=최강'이라는 정서 아래에는 감독의 역할을 저평가하는 시각도 동시에 깔려 있다. 삼성 선수들이라면 누가 감독을 하더라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을 말하는 것이다. 류 감독이 갖고 있는 나름의 어려움은 고려하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삼성을 맡으면 빼어난 성적은 당연한 것 처럼 보여지게 돼 버렸다.

삼성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SK를 맞아 2연승 뒤 2연패했다. 일찍 끝날 것 같았던 한국시리즈가 2승2패 동률이 되면서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분위기는 불리한 상황을 극복한 이만수 감독의 SK로 넘어갔다.

잘 나가던 삼성에 지금은 위기 상황이다. 큰 경기에서 하지 말아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던 어이없는 실책이 3,4차전에서 연달아 이어지면서 경기를 스스로 망쳤다. 3차전에선 김상수 등이 무더기 실책을, 4차전에선 천하의 이승엽이 어이없는 주루 플레이 실수로 선취점 기회를 날려버렸다.

한국시리즈 같은 단기전은 전력 이상으로 팀 분위기가 결과에 큰 영향을 준다. 삼성은 2연승으로 시리즈를 빨리 끝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도 2연패로 분위기를 SK에 넘겨주었다. 삼성은 3차전에서 6-1로 앞서다가 심창민 권 혁 안지만 등 불펜 승리조를 투입하고도 8대12로 뒤집히는 수모를 당했다. 삼성이 이처럼 졸전 끝에 역전패한 경우는 좀체 보기 드물었다. SK는 그 분위기를 4차전에도 이어갔고, 삼성은 한번 꺾인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삼성은 이번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초반 고전했다. 당시 투타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7위까지 떨어졌었다. 하지만 삼성은 6월부터 치고 올라갔고, 7월초 1위가 된 후 끝까지 한번도 내려오지 않았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삼성 같은 강팀은 결국 시간이 약이 됐다. 올라올 팀은 올라온다는 속설이 맞았다. 기량 면에서 우수한 삼성 선수들은 류 감독의 믿음 야구와 어울려 결국 페넌트레이스에서 우승했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하지만 단기전은 좀 다르다. 평소 실력이 그대로 반영되는 내신이 강한 삼성이 단기전인 수능 시험도 잘 볼 것으로 예상했다. 절대 다수가 삼성이 SK에 제압하고 우승할 것으로 봤다. 그런데 삼성은 스스로 무너지면서 시리즈를 어렵게 만들었다.


SK 선수들과 이만수 감독이 류 감독을 제대로 시험대에 올려 놓은 것이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지 주목하게 만들었다. 지금이 페넌트레이스라면 류 감독은 선수들을 믿고 맡겼을 것이다. 경험이 풍부하고 지난해 3관왕을 했던 선수들에게 믿고 맡기는 것 보다 더 좋은 건 없었다. 류 감독은 삼성 사령탑 부임 첫해였던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선 정신없이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에서 통합 우승했다. 이번은 좀더 준비를 하고 한국시리즈를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해와는 또 다른 난관에 직면했다. 지난해 4승1패로 끝났지만 지금은 2승2패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연달아 하면서 지쳤던 SK가 올해는 플레이오프만 하면서 힘이 남아 있었다.

삼성은 1,2차전까지 좋았던 투타 밸런스가 3차전을 기점으로 흔들리고 있다. 류 감독은 속이 탄다. 선수들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는 벤치에서 짜내서라도 승리를 가져와야 한다. 부진한 4번 타자 박석민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풀어야 한다. 불안한 수비와 어이없는 실책성 플레이도 줄여야 한다. 무너진 불펜 투수들도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 이제 7차전까지 갈 생각으로 마운드 운영을 해야 한다.

감독의 리더십은 평상시 보다는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는다. 모두가 류 감독의 결정을 쳐다보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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