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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5차전의 약점? 그때 그때 달라요.'
흔히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서 준PO나 PO때 5차전 막판 승부까지 가면 상위팀이 웃는다고 한다.
22일 롯데와 SK의 PO 5차전을 바라보는 삼성이 그럴 것이다.
아무래도 5차전의 혈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와 체력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한국시리즈에 진출해서 페넌트레이스 동안 소모된 체력을 회복한 팀이 심리적·육체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한 팀에 비해 한결 유리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역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역사에서도 이같은 사실은 여실하게 드러났다.
그동안 26차례 실시된 PO에서 5차전 또는 7차전으로 '풀세트' 접전을 벌인 것은 총 11차례다.
이 가운데 PO에서 최종전까지 힘겨운 승부를 벌인 뒤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한 경우는 겨우 2차례에 불과했다.
나머지 9차례에서는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팀이 힘빠진 상대를 제물삼아 비교적 손쉽게 승리한 것이다. 확률로 치면 82%에 달한다.
최근 20년 동안 PO 최종전까지 치르고 올라온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성공한 경우는 없었다.
이같은 과거의 전례 때문에 요즘 삼성은 속으로 껄껄 웃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삼성이 마냥 자신만만할 수는 없다.
롯데와 SK에게는 희한한 PO 징크스가 있기 때문이다. SK는 한풀이를 벼르고 있고, 롯데는 기분좋은 추억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SK의 경우 PO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한이 맺혀 있다.
SK가 그동안 PO에 진출한 경우는 총 3차례다. 공교롭게도 3차례 모두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PO를 거쳐 진출한 한국시리즈에서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난 2003년에는 현대에 막혔고, 2009년과 2011년에는 KIA와 삼성에 각각 덜미를 잡혔다.
이 가운데 2009년과 2011년의 PO에서는 최종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가 모두 실패했다.
반면 SK가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2007년과 2008, 2010년에는 모두 챔피언에 등극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번에 롯데와의 PO에서 힘겹게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다면 이같은 과거의 징크스부터 뒤흔들어놔야 하는 게 SK의 당면과제인 것이다.
롯데는 사정이 좀 다르다. 롯데가 그동안 PO에 오른 경우는 총 4차례. 이 가운데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경우는 3번이었다.
이들 3차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반지까지 거머쥔 경우는 1992년 딱 한 차례였다. 롯데는 이후 20년 동안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적이 없으니 '응답하라 1992'를 외치고 있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기분좋은 1992년은 롯데가 해태와의 PO에서 5차전까지 접전을 벌인 끝에 3승2패로 승리한 뒤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가 빙그레에게 4승1패로 완승을 거둔 해였다.
롯데가 올해 SK와 PO 5차전을 벌인다고 해서 딱히 두렵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