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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는 가을만 되면 반복되는 '클리셰'가 있다. 아무리 진부하고 반복된다 할지라도 나타나는 결과와 현실이 늘 같으니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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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유와 자신감은 결국 승부처에서 강한 집중력을 이끌어냈다. 이날 5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박정권은 경기 중반까지는 타격감이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롯데 선발 유먼의 변화구에 좀처럼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2회와 4회에 각각 우익수 뜬공과 좌익수 뜬공을 기록했다. 힘있는 스윙으로 타구를 띄우기는 하는데, 계속 배트 중심에서 엇맞았다. 게다가 2회 첫타석은 4구, 4회 두 번째 타석은 2구 만에 승부를 거는 다소 조급한 모습도 보였다.
'가을 사나이'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는 사이 롯데가 6회초 동점을 만들어 1-1이 됐다. 앞선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는 3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한 바 있다. 이번에도 경기 후반 동점이 되자 SK벤치에는 긴장하는 모습이 슬슬 흘러나왔다.
그러나 박정권이 있었다. 이날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박정권은 롯데 두 번째 투수 김사율과 풀카운트 승부끝에 7구째를 받아쳐 좌전 적시타를 날리며 3루주자 박재상을 홈에 불러들였다. 이 점수는 그대로 이날의 결승점이 됐다. 2012 플레이오프 1차전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박정권은 경기 후 첫 마디로 "그저 안타 1개 쳤을 뿐"이라고 여전히 여유를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변화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1차전 승리가 중요했는데 승기는 잡은 것 같다"면서도 "1차전으로 끝나는 경기는 아니다. 오늘일은 오늘로 끝내고 내일도 1차전에 임하는 마음으로 하면 쉽게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을 사나이'다운 여유와 냉철함이 담긴 각오였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