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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롯데의 필승전략, '냉정과 열정 사이'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2-10-16 10:21 | 최종수정 2012-10-16 10:21


2012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하는 SK와 롯데가 16일 열리는 1차전을 앞두고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15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 1루 특설무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양승호, 이만수 양팀 감독과 대표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있다.
인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10.15/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5번째 도전 만에 드디어 포스트시즌 첫 라운드를 통과한 롯데가 '복수혈전'에 나선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SK에 당했던 패배를 고스란히 되갚아주겠다는 각오가 뜨겁다.

하지만 롯데가 그토록 꿈꾸는 '복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승리에 대한 뜨거운 의지와 그 승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차가운 침착함의 경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무턱대고 뜨거워질 필요도 없고, 부자연스러운 침착을 강요할 이유도 없다. 쉽게 말해 '냉정과 열정 사이'의 어느 한 지점을 유지해야 한다.


2012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 롯데와 두산의 경기가 1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박준서가 10회말 1사 2루 홍성흔 타석 두산 프록터의 폭투를 틈타 홈에 뛰어들어 극적인 역전승을 만들어 내고 있다.
부산=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10.12/
'복수'의 미학은 냉정함에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킬 빌'에는 "복수는 차갑게 먹어야 맛있는 음식과 같다"는 명대사가 등장한다. 격정에 휩쓸려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하는 복수는 성공확률도 떨어지거니와 모양새도 좋지 않다. 냉정한 상황 판단을 통해 천천히 그러나 철저하고 세밀하게 상대를 응징할 때 '차가운 복수의 미학'이 완성된다.

이런 측면에서 롯데가 이번 플레이오프에 가장 경계할 것이 바로 '서툰 열정'이다. 지난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물리친 뒤 양승호 감독은 "우리 선수들과 함께 포스트시즌을 치르며 보니, 너무 이기려고 하는 의욕이나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는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실수가 나오곤 했다"는 말을 했다.

지난 4년간 포스트시즌에서 롯데가 실패할 수 밖에 없던 이유가 이 말 속에 담겨있다. 그간의 롯데는 '촌스럽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에서 허우적댔다. 승리에 대한 열정이나 투지만큼은 한국시리즈 우승팀 못지 않았으나, 이를 세련된 플레이로 전환하지 못했다. 냉정함을 잃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먼저 한 차례 두산과 승부를 펼치며 롯데는 일종의 면역 주사를 맞을 수 있었다. '서툰 열정'과 '세련된 냉정'이 각각 어떤 결과를 이끌어내는 지를 선수들 스스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는 그간 포스트시즌에 나선 롯데의 전매특허와도 같았던 '어이없는 실수'는 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난관극복의 원동력은 투지에서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극단적으로 '냉정의 유지'에 치우칠 필요도 없다. 냉정은 승리를 위한 최적의 방법을 제시할 수 있지만, 마지막 순간 승리의 깃발을 휘어잡게 하는 것은 '열정'이 하는 일이다. 패배가 눈앞에 다가온 것 같은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질 수 있는 힘이 바로 '열정'이다. 링에 오르기 직전 복싱 선수들이 투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따귀를 자청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롯데는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거둔 3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특히 4차전에서는 8회초까지 0-3으로 뒤지며 거의 끝난 것 같았던 경기를 4대3으로 뒤집었다. 롯데 벤치에 '이길 수 있다'는 투지가 살아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단기전은 전략 못지않게 기세에서도 승부가 갈릴 수 있다. 1차전의 승리가 중요한 이유는 초반 승리를 거둘 경우 전체 시리즈에서 상대를 압박할 수 있어서다. 결론적으로 롯데가 SK와의 플레이오프를 승리로 장식하기 위해서는 1차전 승리가 필수다. 이를 통해 '포스트시즌 전문가'인 SK와의 기세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정'이나 '투지'에 관해서라면 롯데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팀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포스트시즌에서는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친 것이 흠이었다. 따라서 냉정과 열정의 경계선상에서 최적 포인트를 찾아내 유지하는 것이 이전의 시행착오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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