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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용 감독, 직설화법? 그래도 재밌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10-16 09:10 | 최종수정 2012-10-16 09:10


15일 오전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새로운 한화 사령탑 김응용 감독의 취임식이 열렸다. 김응용 감독이 취임식을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대전=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10.15/



"육지를 호령했으니 하늘도 호령하면 된다."

한화의 신임 사령탑 김응용 감독(71)이 특유의 직설화법과 관록넘치는 재치로 화제몰이를 예고하고 있다.

김 감독은 현역 감독 시절 선수들에게 웬만해서 말을 하지 않는 카리스마로 유명하다.

흔히 말이 없으면 더 무섭다고 김 감독은 마음에 들지 않는 선수가 있으면 가차없이 빼버리거나 무섭게(?) 인상쓰며 코치와 선수들을 호령했다.

하지만 경기장 밖의 김 감독을 잘 아는 야구인들이라면 김 감독이 마냥 호랑이 이미지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거침없이 소신을 밝히는 직설화법은 천성이지만 세월의 풍파를 다 겪은 70대 어르신에 걸맞게 온화한 이미지도 겸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8년 만에 지휘봉을 잡은 소감으로 "설레고 흥분된다"며 신인 선수의 표정을 짓던 김 감독. 그는 공식 기자회견이 아닌 아들-딸 같은 기자들과의 편안한 간담회에서는 유머와 재치 만점의 노신사였다.

호랑이 김 감독의 유머는 '눈칫밥'에서 시작됐다. 14일 대전의 임시 거처로 아내와 함께 이사를 왔다는 김 감독은 "2년간 집사람 하루 세 끼 챙기게 하느라 고생시켰는데 이젠 그 눈치 안봐도 되겠다"고 껄껄 웃었다.


김 감독은 2년 전 삼성 구단 사장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근 40년간 지도자 활동을 하느라 항상 객지 생활을 했다. 김 감독은 "홀아비 생활"이라고 표현했다.

그 만큼 집에서 하루 밥 세 끼를 모두 챙겨 먹은 적이 없었다. 한데 지난 2년간 집에 눌러앉아 있다 보니 어느새 '삼식이(하루 세 끼 다 챙겨먹는 남편)'가 됐다는 것이다.

꼬박 꼬박 식사 챙겨주는데 익숙하지 않은 아내를 늘그막에 고생시키는 것 같아 눈치가 보여 일부러 점심은 밖에서 먹고 들어오는 등 간혹 '이식이' 생활을 하려고 노력을 했단다.

그랬던 김 감독이 재취업(?)에 성공해서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들어가게 됐으니 한결 부담을 덜었다는 것이다. "안그래도 2년간 노니까 몸도 근질근질 했는데 식사도 마음 편히 할 수 있고 잘됐다"고 했다.

한화의 우승 공약에 대한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단 상징물을 앞세워 재치있게 자신감을 나타냈다. "독수리(한화 이글스의 상징)가 하늘의 제왕 아니냐. 나는 그동안 육지의 제왕 호랑이(해태)와 사자(삼성)를 거쳤다. 이젠 하늘과 땅을 모두 호령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내 별명은 코끼리 아니야"고 덧붙였다.

코끼리는 외견상 유순한 동물이지만 육지에서 맹수 호랑이, 사자도 범접할 수 없는 커다란 덩치와 위력을 가졌다. 육지에 이어 하늘의 최고 동물 팀에 왔으니 우승에 성공할 것이란 예감을 재치있게 표현한 것이다.

이어 김 감독은 고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스타일은 절대 바꾸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제 나이도 있으니 스타일이 바뀌는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사람이 스타일이 바뀌면 죽는거야"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흔히 누군가 갑자기 사람이 변하면 시쳇말로 '저 사람 죽은 때가 됐나. 왜 저래?'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정정한 만큼 자신의 스타일을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이어 김 감독은 자신의 이름이 '김응용'과 '김응룡'으로 혼용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기자들이 기분나는 대로 쓰라"고 말했다. 원래 발음상 '룡'이 맞지만 집안에서 '용'으로 쓰기로 했기 때문에 호적상 '김응용'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런 것 가지고 시비걸지 않을테니 편한대로 불러도 된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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