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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만 제대로 해 오면, 다른 부분에 더 신경 쓸 수 있죠."
직구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면서 더이상 타자들도 제구 난조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게 됐다. 동시에 변화구의 위력도 살아났다. 슬라이더와 커브 중간 성격의 슬러브와 변형 체인지업(포크볼)의 떨어지는 각이 완벽하다. 더이상 '볼-볼-볼' 하며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던 리즈가 아니다.
이런 리즈를 바라보는 LG 구단 측의 머리는 복잡하다. 마무리 전환을 시도했다 실패하긴 했지만, 올시즌 보여준 게 너무 없었다. 지난해보다 못한 모습을 보이다 후반기 들어 갑자기 국내 데뷔 후 최고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27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리즈는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실전투구가 아니었지만 공에 힘은 여전했다. 직접 볼을 받은 포수 윤요섭이 손바닥을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할 정도로 힘이 있었다.
리즈의 불펜피칭을 지켜본 차명석 투수코치는 "정말 좋아졌다"며 활짝 웃었다. 코칭스태프에게 고민을 안긴 뒤늦은 활약이지만, 어쨌든 리즈가 가진 걸 최대한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반갑다.
그렇다면 리즈가 지금의 좋은 페이스를 1년 내내 가져가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차 코치는 "계약을 할 때 숙제를 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사실 외국인선수와 계약 시 비시즌 훈련에 대해 특정 부분을 요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리즈는 고교 시절에서야 야구를 시작해 무언가를 새로 배우는 데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실제로 LG에 와서 많이 배웠다며 국내 생활에 여러모로 만족하고 있다.
그렇다면 숙제는 무엇일까. 차 코치는 "투구 템포나 수비, 그리고 슬라이드스텝(퀵모션)을 어느 정도 스스로 해와야 한다"고 말했다. 83년생인 리즈는 야구를 시작한지 10년이 조금 넘었다. 고교 시절 뒤늦게 공을 잡았다. 기본기가 많이 약하다. 스프링캠프 때마다 투수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기술들을 가르치는 데 상당한 시간이 든다. 이를 혼자 준비해 온다면, 제구력이나 변화구를 보완하는 데 좀더 신경을 쓸 수 있다.
차 코치는 향후 리즈의 방향성에 대해 "리즈의 투구폼이 완전치 않아도 이를 바꿀 수는 없다. 투수는 2년 만 습관이 들어도 그 폼 이상으로 힘이 나오지 않는다. 상체만 쓴다 해도 쉽게 건드릴 게 아니다. 본인이 느끼는 부분만 조금씩 잡아주면 된다. 아직 어리니까 분명 더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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