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윤석민(26)이 왜 국내야구를 대표하는 우완 에이스인지를 증명해 보였다.
KIA는 최근 서재응(완봉승) 김진우(완투승)에 이어 윤석민까지 선발 3명이 3경기 연속 완투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번 시즌 도중 삼성에서 KIA로 이적한 조영훈은 홈런 두방으로 혼자 3타점을 책임지며 윤석민의 완봉승을 도왔다.
지난 2000년 5월 18일 한화 송진우가 광주 KIA전에서 세운 노히트노런이 마지막 기록이다. 이후 12년 동안 누구도 11번째 대기록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선수 시절 '국보 투수'로 불렸던 선동열 KIA 감독은 사실상 4강 진출이 무산되면서 요즘 웃을 기분이 아니다. 그런데 그마나 최근 KIA 토종 선발들의 연이은 호투가 위안거리다. 서재응(35)이 23일 넥센전(7대0 승)에서 완봉승했다. 25일 삼성전(5대1 승)에선 김진우(29)가 완투승을 올렸다. 선 감독은 26일 삼성전에 앞서 "이번에는 윤석민이 완투를 해줬으면 좋겠다. 그럼 토종 삼총사가 모두 다 잘 하는 거 아니냐"라고 했다.
선 감독의 그 바람이 이뤄졌다. 윤석민은 두 선배 서재응과 김진우의 호투에 자극받았다. 또 상대 선발 배영수의 동반 호투에도 승부욕이 발동했다.
윤석민의 직구는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예리하게 파고 들었다. 잘 던지지 못했던 몸쪽 승부도 과감하게 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7㎞였다. 공끝에 힘이 실렸다. 주무기 고속 슬라이더(최고 구속 139㎞)와 체인지업, 커브도 삼성 타자들의 타이밍을 효과적으로 빼앗았다. 삼성이 자랑하는 강타자 이승엽 최형우 박한이 등이 삼진을 당했다. 13K. 선발 9명의 타자 중 박석민만 유일하게 삼진을 모면했다.
비록 패전 투수가 됐지만 배영수(11승8패)도 9이닝 5안타(2홈런 포항) 4볼넷 6탈삼진으로 3실점 호투했다.
선동열 감독은 "모처럼 투수전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멋진 경기였다. 이런 경기를 다시 보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 "윤석민이 대기록 달성에 실패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선 감독은 해태 선수 시절이었던 지난 1989년 7월 6일 광주 삼성전(10대0 승)에서 한 차례 노히트노런 기록을 달성했었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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