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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생 투수들에게 KIA 우완 김진우(29)는 '짐승'으로 통한다. 광주 진흥고 시절 그라운드에서 무시무시했다. 그때부터 140㎞ 후반대의 빠른 직구와 낙차 큰 커브로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신체조건도 괴물급이었다. 키 1m93에 체중이 120㎏에 육박할 정도로 우람했다. 키 1m85에 체중이 90㎏ 후반대였던 선동열 KIA 감독의 선수 시절 보다 기골이 장대했다. 당시 팬들은 광주에 제2의 선동열이 될 수 있는 '괴물'이 등장했다고 봤다. KIA는 2002년 김진우를 고졸 신인으로 영입하면서 아낌없이 투자했다. 계약금으로 당시 최고액인 7억원을 썼다. 그 기록은 4년 뒤 한기주가 KIA에 입단하면서 10억원을 받아 깨졌다.
선 감독은 김진우의 타고난 재능은 인정했다. "김진우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은 정말 좋은 것 같다"고 했다. 투수로서 타고난 조건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하다. 반면 천재성을 갖고 있지만 김진우는 그에 비해 노력을 덜 했다.
선 감독은 "지난해 이맘때 마무리 캠프에 데려갔는데는 자꾸 아프다는 얘기를 했다. 러닝을 잘 못 한다"면서 "러닝을 해야 투수는 롱런을 할 수 있는데"라고 했다. 김진우는 무릎, 발목, 어깨, 허리 등 잔부상이 많다. 체중을 줄였다. 하지만 4년이라는 긴 공백과 절제되지 않은 생활로 인해 몸이 많이 상했다. 선 감독의 말 처럼 그래도 지금의 김진우는 정신을 차린 셈이다.
그에겐 지난 과거 보다 앞으로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 김진우는 KIA에서 에이스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내년이면 벌써 그의 나이 30세다.
그는 올해 선 감독 앞에서 에이스로 복귀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직구 구속은 140㎞ 후반까지 찍고 있다. 선 감독은 "나이를 감안하면 구속이 지금 보다 더 빨라지기는 어렵다"면서 "김진우도 마무리 훈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김진우는 KIA가 내년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선발의 한 자리를 제대로 잡아주어야 한다. 지금의 상승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해주어야 가능하다. 선 감독은 스타라고 해도 불성실하거나 그라운드 밖에서 잡음을 일으키는 선수를 용서하지 않는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기본으로 본다. 김진우가 선 감독 지휘봉 아래서 성공하고 싶다면 과거의 방황을 되풀이하면 안 된다. 더 정신줄을 조이고 앞만 보고 달리지 않으면 선수 인생이 정말 끝날 수도 있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