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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국보를 만나 '탕아'에서 다시 '짐승'으로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2-09-26 11:55 | 최종수정 2012-09-26 11:55


25일 오후 대구 시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KIA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9회말 2사서 삼성 이정식을 내야땅볼 처리하며 5대1 완투승을 거둔 KIA 김진우가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대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2.09.25.

1983년생 투수들에게 KIA 우완 김진우(29)는 '짐승'으로 통한다. 광주 진흥고 시절 그라운드에서 무시무시했다. 그때부터 140㎞ 후반대의 빠른 직구와 낙차 큰 커브로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신체조건도 괴물급이었다. 키 1m93에 체중이 120㎏에 육박할 정도로 우람했다. 키 1m85에 체중이 90㎏ 후반대였던 선동열 KIA 감독의 선수 시절 보다 기골이 장대했다. 당시 팬들은 광주에 제2의 선동열이 될 수 있는 '괴물'이 등장했다고 봤다. KIA는 2002년 김진우를 고졸 신인으로 영입하면서 아낌없이 투자했다. 계약금으로 당시 최고액인 7억원을 썼다. 그 기록은 4년 뒤 한기주가 KIA에 입단하면서 10억원을 받아 깨졌다.

그랬던 김진우는 올해로 프로 11년차다. 하지만 데뷔 이후 2년 정도를 빼곤 본인 실력을 제대로 보여준 게 없었다. 그라운드 안에서보다 밖에서 화제의 인물이 돼 '풍운아'라는 달갑지 않은 애칭까지 붙었다. 폭행 사건에 수 차례 휘말렸고, 2007년 7월 팀을 떠나 약 4년 동안 프로무대 밖에서 일반인 처럼 지냈다. 그러다 지난해 친정 KIA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야구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괴물이 갈 때는 야구장 뿐이었다.

김진우는 처음으로 이번 시즌 국보급 투수 선동열 감독과 함께 했다. 25일 대구 삼성전(5대1 KIA 승)에선 9이닝 1실점으로 2005년 9월 이후 7년여만에 완투승을 거뒀다. 김진우의 시즌 성적은 9승5패, 평균 자책점은 3.13이다.

선 감독은 김진우의 타고난 재능은 인정했다. "김진우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은 정말 좋은 것 같다"고 했다. 투수로서 타고난 조건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하다. 반면 천재성을 갖고 있지만 김진우는 그에 비해 노력을 덜 했다.

선 감독은 "지난해 이맘때 마무리 캠프에 데려갔는데는 자꾸 아프다는 얘기를 했다. 러닝을 잘 못 한다"면서 "러닝을 해야 투수는 롱런을 할 수 있는데"라고 했다. 김진우는 무릎, 발목, 어깨, 허리 등 잔부상이 많다. 체중을 줄였다. 하지만 4년이라는 긴 공백과 절제되지 않은 생활로 인해 몸이 많이 상했다. 선 감독의 말 처럼 그래도 지금의 김진우는 정신을 차린 셈이다.

김진우에게 지난 10년은 화려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다. 자초한 부분이 많다. 이미 했어야 할 FA(자유계약선수) 대박도, 해외 진출도 없었다.

그에겐 지난 과거 보다 앞으로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 김진우는 KIA에서 에이스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내년이면 벌써 그의 나이 30세다.

그는 올해 선 감독 앞에서 에이스로 복귀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직구 구속은 140㎞ 후반까지 찍고 있다. 선 감독은 "나이를 감안하면 구속이 지금 보다 더 빨라지기는 어렵다"면서 "김진우도 마무리 훈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김진우는 KIA가 내년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선발의 한 자리를 제대로 잡아주어야 한다. 지금의 상승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해주어야 가능하다. 선 감독은 스타라고 해도 불성실하거나 그라운드 밖에서 잡음을 일으키는 선수를 용서하지 않는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기본으로 본다. 김진우가 선 감독 지휘봉 아래서 성공하고 싶다면 과거의 방황을 되풀이하면 안 된다. 더 정신줄을 조이고 앞만 보고 달리지 않으면 선수 인생이 정말 끝날 수도 있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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