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기태 감독은 왜 이만수 감독에게 가지 않았나.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2-09-24 19:10


왜 그랬을까. 또 한번의 의문이다.

지난 12일 잠실에서 0-3으로 뒤진 9회말 2사 2루서 SK 정우람의 등판에 박용택 대신 신인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내세웠을 때. 당시 LG 김기태 감독이 일찍 경기장을 떠났고 전화기까지 꺼버려 그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단지 TV화면에 비친 그의 모습을 보고 상대 투수교체에 불만이 있지 않았겠냐는 추측만 가능했다.

다음날 김 감독은 "상대 투수 교체가 LG를 기만하는 것으로 보였다"며 경기를 고의적으로 포기함으로써 그들에게 일침을 가했다고 그가 한 행동의 이유를 명확히 밝혔다.

변명을 늘어놓기 보다는 당당히 자신의 생각을 밝힘으로써 정면돌파를 했다. 그 결과는 팬들의 비난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징계로 이어졌지만 김 감독은 분명히 자신의 의도를 전달했다.

이후 KIA 선동열, 넥센 김시진 전 감독이 두 감독의 화해를 주선했다. 이 감독이 먼저 김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고, 짧은 대화를 통해 일단 화해의 물꼬를 텄다. 이 감독은 선배인데도 전화를 먼저 건 것에 대해 "내가 선배지 않는가. 후배라도 이런 것으로 전하를 먼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12일이 지난 24일 다시 만난 SK와 LG.2연전의 첫날인 이날 두 감독이 평상시처럼 인사를 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 감독은 경기전 "김 감독이 먼저 오지 않겠나. 예전처럼 인사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 감독을 찾지 않았다. 다음날에도 가서 먼저 인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벌써 12일이 지나지 않았나. 다 끝난 일이다. 남은 앙금은 없다"고 했다.

정말 앙금이 남아있지 않다면 이 감독을 찾아가서 악수를 하며 화해의 제스처를 취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무엇이 그가 이 감독 만나기를 꺼려하게 할까.


야구 후배이기 이전에 한 구단의 감독이라는 점이 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김 감독은 12일 경기서 비난을 감수하고서 투수를 대타로 냈고, 다음날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말로써 SK 구단과 이 감독에 대한 불만을 명확하게 나타냈다. 사실상 SK와 전쟁을 선포한 셈이었다.

그런데 사건 이후 처음만난 자리에서 곧바로 웃으며 인사를 한다는 것은 자기의 행동이 사실상 물거품이 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개인이 아닌 구단의 감독이기 때문에 그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 것. 투수 대타 사건이 그날의 일만으로 생긴 것이 아니고 이전부터 쌓여왔던 게 터진 것이기 때문에 그 사건에 대한 오해는 전화통화로 풀었더라도 SK, 이 감독에 대한 전쟁 모드는 계속 된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앙금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 본인 스스로는 "앙금이 없다"고 했지만 올시즌 동안 쌓인 감정이 바로 풀어질 리가 없다. 선배들의 주선으로 통화까지 했지만 그 잠깐의 통화로 마음속의 응어리까지 풀어지긴 어려웠을 수 있다.

끝내 SK 덕아웃으로 가지 않은 김 감독으로 인해 일단락될 것 같았던 '대타 사건'의 후유증이 계속 가게 됐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2012 프로야구 SK와 LG의 경기가 24일 인천 문학 야구장에서 열린다. 여기서 LG 김기태 감독과 SK 이만수 감독이 지난 12일 잠실에서 벌어진 '투수 대타 사건' 이후 처음으로 만난다. 경기전 김기태 감독이 기자들로 부터 이만수 감독에 관련된 질문 세례를 받고 있다.
인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09.24/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