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랬을까. 또 한번의 의문이다.
변명을 늘어놓기 보다는 당당히 자신의 생각을 밝힘으로써 정면돌파를 했다. 그 결과는 팬들의 비난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징계로 이어졌지만 김 감독은 분명히 자신의 의도를 전달했다.
이후 KIA 선동열, 넥센 김시진 전 감독이 두 감독의 화해를 주선했다. 이 감독이 먼저 김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고, 짧은 대화를 통해 일단 화해의 물꼬를 텄다. 이 감독은 선배인데도 전화를 먼저 건 것에 대해 "내가 선배지 않는가. 후배라도 이런 것으로 전하를 먼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말 앙금이 남아있지 않다면 이 감독을 찾아가서 악수를 하며 화해의 제스처를 취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무엇이 그가 이 감독 만나기를 꺼려하게 할까.
야구 후배이기 이전에 한 구단의 감독이라는 점이 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김 감독은 12일 경기서 비난을 감수하고서 투수를 대타로 냈고, 다음날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말로써 SK 구단과 이 감독에 대한 불만을 명확하게 나타냈다. 사실상 SK와 전쟁을 선포한 셈이었다.
그런데 사건 이후 처음만난 자리에서 곧바로 웃으며 인사를 한다는 것은 자기의 행동이 사실상 물거품이 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개인이 아닌 구단의 감독이기 때문에 그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 것. 투수 대타 사건이 그날의 일만으로 생긴 것이 아니고 이전부터 쌓여왔던 게 터진 것이기 때문에 그 사건에 대한 오해는 전화통화로 풀었더라도 SK, 이 감독에 대한 전쟁 모드는 계속 된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앙금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 본인 스스로는 "앙금이 없다"고 했지만 올시즌 동안 쌓인 감정이 바로 풀어질 리가 없다. 선배들의 주선으로 통화까지 했지만 그 잠깐의 통화로 마음속의 응어리까지 풀어지긴 어려웠을 수 있다.
끝내 SK 덕아웃으로 가지 않은 김 감독으로 인해 일단락될 것 같았던 '대타 사건'의 후유증이 계속 가게 됐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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