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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시즌에 나갈 4강 팀이 결정되는 시즌 막팍이 되면, 아무래도 경기에 맥이 빠지고 흥미가 떨어지게 된다. 4강 탈락 팀들은 시즌 때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을 기용해 가능성을 테스트한다. 시즌 종료를 앞두고 팬들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알리는 선수가 적지 않다. 이들 팀들이 순의경쟁과 상관이 없는 잔여경기를 내년 시즌을 준비하기 위한 선수 테스트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 개인 타이틀 경쟁 중인 선수들에게는 한 경기, 한 타석이 중요하지만, 팀 전체로보면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게 시즌 막판이다.
4강 탈락팀 간에도 자존심이 걸린 순위싸움, 5위 경쟁, 탈꼴찌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포스트 시즌 진출에 나가지 못하게 됐으니 실패한 시즌이라고 봐야겠지만, 그래도 순위 하나에 희비가 갈라질 수 있는 게 프로다.
최근 넥센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순위가 바뀌었다. 한동안 6위에 머물고 있던 히어로즈가 김시진 감독이 경질된 후 팀 분위기를 바꿔 힘을 내면서 KIA를 끌어내렸다. 전반기 한때 1위를 달렸고, 3위로 후반기를 시작했던 히어로즈로선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즌이다. 후반기 극심한 부진이 전반기 돌풍과 극명하게 대비가 되면서 김시진 감독 경질까지 불러왔다. 그랬던 히어로즈가 김성갑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후 다시 신바람을 내면서 무기력증에 빠진 KIA를 밀어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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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4강 진출에 실패했는데도, 선수단 분위기도 확연히 다르다. 김성갑 대행은 선수들에게 "지금같은 시즌 막판이 아니면 언제 마음껏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할 수 있겠나. 마음껏 공격적으로 해보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반면, KIA는 왠지 주눅이 들어 활기를 잃어버린 듯한 모습이다.
야구인들은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후 성적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시즌 막판 성적이 좋은 팀에게는 "진작에 좀 그렇게 하지"라는 비아냥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히어로즈도 마찬가지다. 출범 5년 만의 첫 포스트 시즌 진출 꿈이 사라지고, 김시진 감독이 경질되자 집단 무기력증에 빠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었다. 4강 목표를 상실한 구단 관계자들 마음에는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마당에 5위를 하든, 6위를 하든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는 허탈감이 가득찼다.
그러나 히어로즈가 KIA를 제치고 5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한다면, 2008년 팀이 출범한 후 최고 순위에 오르게 된다. 첫 해에 7위에 랭크된 히어로즈는 2009년 6위, 2010년 7위, 지난해 8위에 그쳤다. 지금 같은 페이스라면 팀 출범 후 최다승(2009년 60승) 기록을 훌쩍 넘어설 수 있다. 비록 그토록 염원했던 4강 진입에 실패했으나 출범 5년차 막내 구단에게 의미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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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업의 지원없이 팀을 꾸려가고 있는 히어로즈와 여러가지 면에서 대조가 되는 팀이 KIA다.
한용덕 감독대행 체제에서 6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한화의 탈꼴찌 싸움도 SK, 롯데, 두산의 2위 싸움 못지 않게 흥미진진하다. 각각 10경기, 11경기를 남겨 놓고 있는 한화와 7위 LG의 승차는 2.5게임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