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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경쟁 넥센과 선동열, 자존심 세우기와 굴욕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09-23 09:29


10일 광주구장에서 열리는 2012 프로야구 롯데와 KIA의 경기를 앞두고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와 훈련을 했다. KIA 선동열 감독이 비가 '찔끔찔끔' 내리자 답답한 듯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8.10/

포스트 시즌에 나갈 4강 팀이 결정되는 시즌 막팍이 되면, 아무래도 경기에 맥이 빠지고 흥미가 떨어지게 된다. 4강 탈락 팀들은 시즌 때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을 기용해 가능성을 테스트한다. 시즌 종료를 앞두고 팬들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알리는 선수가 적지 않다. 이들 팀들이 순의경쟁과 상관이 없는 잔여경기를 내년 시즌을 준비하기 위한 선수 테스트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 개인 타이틀 경쟁 중인 선수들에게는 한 경기, 한 타석이 중요하지만, 팀 전체로보면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게 시즌 막판이다.

보통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끼리 맞붙는 '그들만의 리그'는 무관심 경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경기 중반에 승부가 기울면 낯선 젊은 선수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낸다. 4강 탈락팀 지도자들은 게임을 포기한 게 아니라는 인상을 주면서, 젊은 선수를 기회를 줘야하는 미묘한 선택의 줄타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관심도가 떨어지는 건 분명한데, 미묘한 흐름이 있다.

4강 탈락팀 간에도 자존심이 걸린 순위싸움, 5위 경쟁, 탈꼴찌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포스트 시즌 진출에 나가지 못하게 됐으니 실패한 시즌이라고 봐야겠지만, 그래도 순위 하나에 희비가 갈라질 수 있는 게 프로다.

최근 넥센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순위가 바뀌었다. 한동안 6위에 머물고 있던 히어로즈가 김시진 감독이 경질된 후 팀 분위기를 바꿔 힘을 내면서 KIA를 끌어내렸다. 전반기 한때 1위를 달렸고, 3위로 후반기를 시작했던 히어로즈로선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즌이다. 후반기 극심한 부진이 전반기 돌풍과 극명하게 대비가 되면서 김시진 감독 경질까지 불러왔다. 그랬던 히어로즈가 김성갑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후 다시 신바람을 내면서 무기력증에 빠진 KIA를 밀어낸 것
1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넥센과 LG의 경기가 열렸다. 넥센 김성갑 감독대행이 덕아웃에서 일어선 채 시합을 지켜보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9.19.
이다.

22일 현재 58승2무63패를 기록한 히어로즈가 54승6무62패인 타이거즈에 1.5게임 앞서 있다. 시즌 전체와 최근 몇 경기에서 극명하게 대조가 되는 양팀이다. 히어로즈가 전반기 돌풍을 일으키다가 후반기 급전직하한 반면, KIA는 시즌 내내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히어로즈가 역동적으로 움직였다면, KIA는 오랜 시간 정체돼 있었다. 최근 5경기에서 히어로즈가 4승1패로 신바람을 내는 동안 KIA는 1무4패를 기록했다.

똑같이 4강 진출에 실패했는데도, 선수단 분위기도 확연히 다르다. 김성갑 대행은 선수들에게 "지금같은 시즌 막판이 아니면 언제 마음껏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할 수 있겠나. 마음껏 공격적으로 해보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반면, KIA는 왠지 주눅이 들어 활기를 잃어버린 듯한 모습이다.

야구인들은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후 성적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시즌 막판 성적이 좋은 팀에게는 "진작에 좀 그렇게 하지"라는 비아냥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히어로즈도 마찬가지다. 출범 5년 만의 첫 포스트 시즌 진출 꿈이 사라지고, 김시진 감독이 경질되자 집단 무기력증에 빠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었다. 4강 목표를 상실한 구단 관계자들 마음에는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마당에 5위를 하든, 6위를 하든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는 허탈감이 가득찼다.

그러나 히어로즈가 KIA를 제치고 5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한다면, 2008년 팀이 출범한 후 최고 순위에 오르게 된다. 첫 해에 7위에 랭크된 히어로즈는 2009년 6위, 2010년 7위, 지난해 8위에 그쳤다. 지금 같은 페이스라면 팀 출범 후 최다승(2009년 60승) 기록을 훌쩍 넘어설 수 있다. 비록 그토록 염원했던 4강 진입에 실패했으나 출범 5년차 막내 구단에게 의미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1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넥센과 LG의 경기가 열렸다. 시합 전 LG 김기태 감독과 넥센 김성갑 감독대행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9.19.
반면,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에게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고하지만 선동열 KIA 감독 개인에게는 굴욕의 시즌으로 기록될 수 있다. 2005년 삼성 지휘봉을 잡고 승승장구해온 선 감독은 삼성시절 6년 간 5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두번이나 정상을 밟았다. 2009년 정규시즌 5위가 최저성적이었다. 지금같은 분위기라면 6위로 시즌을 마감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모기업의 지원없이 팀을 꾸려가고 있는 히어로즈와 여러가지 면에서 대조가 되는 팀이 KIA다.

한용덕 감독대행 체제에서 6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한화의 탈꼴찌 싸움도 SK, 롯데, 두산의 2위 싸움 못지 않게 흥미진진하다. 각각 10경기, 11경기를 남겨 놓고 있는 한화와 7위 LG의 승차는 2.5게임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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