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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할수록 돌아가라'
'급할수록 돌아가라'. 최근 롯데 경기를 보면 바로 생각나는 한마디다.
타자들의 최근 모습을 돌이켜보자. 찬스에서 힘을 못쓰는 것은 물론, 초구 내지는 3구 안에 방망이가 나오는게 대부분이다. 18, 19일 SK와의 2연전과 넥센전을 볼 때 상대 선발투수들의 투구수가 매우 적었음을 알 수 있다. 롯데 타자들이 서둘렀다는 것이다. 롯데는 '공격의 팀'이었다. 초구에도 자신있게 배트가 나가는게 팀 컬러였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될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게 문제다. 양 감독은 "초구를 치더라도 자신있게 치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요즘 방망이가 나오는 것은 급한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방망이가 나오는 것이다. 당연히 좋은 타구가 나올 수 없다"고 꼬집었다. 타자에게 여유가 있으면 차분히 공을 보며 자신이 원하는 공을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이 공이 지나가고 내가 못칠 공이 들어와 볼카운트가 불리해지거나 삼진을 당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힘없이 방망이가 나간다는게 타자들의 설명.
타자들 뿐 아니다. 양 감독의 경기 운영도 아쉬움을 남긴다. 넥센전을 보자. 0-3으로 끌려가다 6회 무사 만루의 찬스를 얻었다. 아웃카운트 1개와 1점을 맞바꿨다. 이어지는 찬스. 조성환, 김주찬 줄줄이 대타가 나왔다. 실패였다. 물론, 확률적으로 조성환과 김주찬이 안타를 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부상과 체력저하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투수는 사이드암 김병현이었다. 앞선 두 타석에서 김병현의 공을 직접 경험해본 타자들이 가진 장점도 충분히 있었다.
롯데는 올시즌 강력한 불펜을 앞세워 지키는 야구를 해왔다. 하지만 이것도 타선에서 선취점을 내줘야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최근 경기에서 점수가 나지 않자 모두들 조급한 모습이다. 최근 몇년간 '공격의 팀'으로 대변되던 롯데가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 과정에서 겪는 과도기 현상이라고 설명하면 적당할까. 그나마 희망적인건 롯데는 분위기를 잘타는 팀이다. 딱 1경기만 잘 풀어나간다면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실타래가 완벽히 풀릴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모두 '평정심'을 찾아야 한다. 어려울 때일 수록 '정공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세상의 진리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