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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넥센, 감독 경질 후 왜 잘나가는 거지?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09-21 09:03 | 최종수정 2012-09-21 09:03


2012 프로야구 LG와 한화의 경기가 20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한화 한용덕 감독대행이 1회 최진행의 희생타로 득점을 올린 오선진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2.09.20/

최근 감독이 경질되고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때우고 있는 한화와 넥센 히어로즈. 한화는 지난달 말 한대화가 감독을 내보내고 한용덕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내세웠다. 히어로즈도 김시진 전 감독의 빈자리를 김성갑 감독대행이 메우고 있다.

한대화 감독과 김시진 감독이 구단의 신뢰를 잃고 팀을 떠나게 된 것은 성적 부진 때문이다. 한 전 감독 체제에서 한화는 의욕을 상실한 팀, 미래가 없는 팀으로 전락했다. 한화는 이번 시즌 단 한 번도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전반기 한국 프로야구를 집어삼켰던 히어로즈 돌풍. 한때 1위에 오르며 신바람을 냈던 히어로즈는 후반기 동력을 잃어버리고 추락했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는 을씨년스러웠다. 극심한 부진으로 김 전 감독은 목동구장 감독실을 비워줘야 했다. 김 전 감독에게 이번 시즌은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지난 겨울 해외파 박찬호와 김태균, 자유계약선수(FA) 송신영을 영입해 시즌을 맞은 한화다. 구단 내부에서는 "우승까지 노려볼만한 전력"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히어로즈 또한 FA 이택근을 다시 불러들이고, 메이저리그 출신 김병현의 합류로 어느 해보다 의욕이 넘쳤다. 전반기 히어로즈 돌풍은 프로야구의 일대사건이라고 할만했다.


2012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의 경기가 9월 5일 대전 한밭운동장에서 열렸다. 한화 한용덕 감독대행이 9회말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 김태균을 반갑게 맞아주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09.05/
그러나 한화와 히어로즈는 4강에서 멀어졌다. 프로야구 8개 구단이 시즌 개막에 앞서 기본으로 내세우는 목표인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감독은 팀을 떠나고, 목표 달성에 실패했으니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주문하기도 어렵다. 특히 포스트 시즌 진출팀이 결정되는 시즌 막판이 되면 페넌트레이스는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보통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들은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준다. 잔여경기를 유망주들의 테스트 기회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올 정규시즌은 조금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감독대행체제로 잔여시즌을 소화하고 있는 한화, 히어로즈가 시즌 막판 힘을 내면서 생긴 변화다.

17경기에서 11승6패, 승률 6할4푼7리. 한용덕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후 한화 성적이다. 경기수에 차이가 커 단순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한 전 감독 시절과는 차이가 크다. 한 전 감독 체제에서 한화는 39승2무64패를 기록했다. 승률이 4할에도 못 미치는 3할7푼1리에 불과했다. 특히 한 전 감독이 경질되기 직전 한화는 무기력한 플레이, 성의없는 플레이로 팬들을 실망시켰다. 그랬던 한화가 사령탑이 바뀐 후 다른 팀으로 변신했다. 무엇보다 마운드 안정이 눈에 띈다. 한 전 감독 체제에서 팀 평균자책점이 4.74였는데, 한용덕 감독대행이 지휘한 17경기 팀 평균자책점이 3.95였다.

히어로즈도 마찬가지다. 김시진 감독이 해임되기 전까지 9월 들어 치른 12경기에서 3승9패, 승률 2할5푼에 그쳤다. 전반기에 팀 출범후 최다인 8연승을 달렸던 히어로즈의 패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무기력했던 히어로즈가 시즌 막판 기운을 차린 것 같다. 김성갑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3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며 모처럼 힘을 냈다.


9월 1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넥센과 LG의 경기가 열렸다. 3회초 무사서 넥센 서건창이 우익수 키를 넘기는 3루타를 친 후 악송구를 틈타 홈에서 세이프된 후 김성갑 감독대행, 강정호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9.19.

한화와 히어로즈 모두 감독 경질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보통 프로 스포츠에서 감독 교체는 일정기간 효과를 발휘한다. 아무래도 사령탑이 바뀌면 선수들이 바짝 긴장을 하게 되고, 이전의 느슨해져 있던 팀 분위기가 바짝 조여진다. 이런 변화가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전 감독 체제에서 수석코치를 맡았던 지도자가 감독대행을 하게 되는데, 이들에게도 이런 직위 변화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감독대행은 보통 차기 감독후보군에 포함이 돼 있다. 남은 시즌을 어떻게 마감하느냐가 중요하다.

비교적 홀가분해진 선수단 분위기도 시즌 막판 선전의 이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 선수들은 비교적 홀가분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다.

한화와 히어로즈의 선전은 하위권 순위 경쟁에도 불을 지폈다. 히어로즈는 최근 3연승을 거두면서 KIA를 끌어내리고 5위로 올라섰다. 꼴찌 한화도 7위 LG에 2.5게임차로 따라붙었다. 이미 4강을 확정한 SK, 롯데, 두산이 2위 싸움을 펼치는 반면, 하위권에서는 5위와 탈꼴찌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화와 히어로즈 감독 경질이 불러온 변화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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