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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 투구 마친 후 "이 정도면 된 것 같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2-09-20 21:43


20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롯데와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5회초 2사 1루 롯데 박준서의 파울타구에 넥센 선발 김병현이 놀라며 웃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9.20/

50일만의 선발 복귀. 역시 메이저리그 출신의 대투수다웠다. 선발로서는 오랜 공백이 있었지만 김병현 특유의 대담한 승부와 완벽에 가까운 완급조절, 그리고 위기관리능력까지 과시하며 선발 복귀 신고식을 화려하게 마쳤다. 그것도 올시즌 자신에게 2번이나 아픔을 안긴 롯데 타선을 상대로 완벽투를 펼쳤다.

김병현은 20일 목동 롯데전에 선발로 등판, 6이닝 동안 7안타를 허용했지만 삼진 5개를 곁들이며 롯데 타선을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직구 최고구속은 147㎞. 87개의 공을 던졌고 지난 8월1일 인천 SK전에 선발로 나서 46개의 공을 던진 이후 가장 많은 공을 뿌렸다.

SK전 선발등판 후 정확히 50일 만에 선발로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때문에 걱정의 시선이 많았다. 베테랑답게 몸을 잘 만들었다고 하지만 8월 초 10일간 2군에 다녀온 이후 불펜에서만 활약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성갑 감독대행은 경기 전 "김병현 자신이 '아니다'라고 할 때까지 마운드에서 내리지 않을 것"이라며 믿음을 드러냈다. 김병현 역시 김 감독대행에게 "120개까지도 거뜬하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보인 상황.

뚜껑을 열자 거짓이 아니었다. 김병현은 시작부터 시속 145㎞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우려를 낳았던 제구도 완벽했다. 특히 우타자 기준으로 바깥쪽 직구와 슬라이더의 제구가 되자 우타자가 주를 이루는 롯데 타선이 애를 먹었다. 특히 홈플레이트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듯한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에 딱 걸치자 롯데 타자들이 쉽게 방망이를 내지 못했다.

공격적인 성향의 롯데 타선을 맞아 맞서 싸우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볼카운트를 길게 끌고가지 않고 과감하게 승부에 들어갔다. 5회까지의 투구수가 71개에 그쳤다. 시즌 초반 일찌감치 많은 투구수를 기록하며 난조를 보였던 모습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위기도 있었다. 3회 2사 만루의 위기에서는 상대 4번타자 홍성흔을 투수 앞 땅볼로 잡아냈다. 마지막 이닝인 6회초가 하이라이트. 손아섭, 홍성흔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실책까지 겹치며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정보명의 땅볼로 1실점 했지만 침착하게 대타로 등장한 조성환을 내야땅볼로 유도했다. 무릎 부상이지만 최근 타격감이 좋은 김주찬이 대타로 나와 마지막까지 숨죽이게 했지만 바깥쪽 꽉 찬 직구로 스탠딩 삼진 처리하며 환호했다.

6회까지 투구수가 87개. 120개 투구를 공언한 김병현이기에 7회 등판도 예상됐다. 하지만 이정훈이 대신 마운드에 올랐다. 김병현은 덕아웃에 들어가 김 감독대행과 얘기를 나눈 후 강판을 결정했다고 한다. 김병현이 김 감독대행에게 한 말은 "이 정도면 된 것 같다"였다.


목동=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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