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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부터 동료까지' 롯데, 박종윤 기살리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2-09-20 18:02



"너 때문에 이긴 경기가 훨씬 많다. 기죽지 마라."

롯데 박종윤은 19일 경기를 뛰는 것이 아니라 악몽을 꾸는 듯 했을 것이다. 2위 경쟁을 펼치는 SK와의 중요한 일전. 패한다면 2위에서 3위로 순위가 떨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양팀은 포스트시즌을 치르듯 경기에 임했다.

팀이 0-1로 뒤지던 6회말. 1사 만루의 천금같은 찬스가 박종윤에게 찾아왔다. 경기 흐름상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던 찬스였다. 박종윤이 타석에 들어서자 SK는 급하게 윤희상에서 좌완 박희수로 투수를 바꿨다. 박종윤은 박희수가 던진 2구째 높은 직구를 힘껏 받아쳤으나 3루수 방면 인필드플라이로 물러나고 말았다. 여기저기서 아쉬운 탄성이 터져나왔다.

박종윤이 고개를 더 들 수 없었던 순간인 이어진 7회초 수비에서 였다. 역으로 롯데가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롯데는 투수 김성배가 정근우를 상대로 1루 땅볼을 유도, 병살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정근우가 친 공은 박종윤의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가고 말았고 주자가 2명 들어왔다. 사실상 승부가 갈리는 순간이었다.

20일 목동 넥센전을 위해 경기장에 등장한 롯데 선수단. 25일 만에 3위로 추락했지만 담담히 경기 전 훈련에 나섰다. 박종윤도 묵묵히 타격과 수비훈련에 임했다. 롯데의 박종윤 기살리기가 시작됐다. 시작은 양승호 감독. 양 감독은 "야구가 마음 먹은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겠나. 타석에서 못칠 수도 있고, 실책을 저지를 수도 있다"며 박종윤을 감쌌다. 바로 교체한 것에 대해서도 "말그대로 '멘붕' 상황이 아니었겠나"라는 말로 배려를 했다고 설명. 양 감독은 "대신 그 기억 때문에 다음 경기에서 지장을 받으면 안된다. 앞으로 잘 해줄 것으로 믿는다"라며 박종윤을 5번 1루수로 선발출전 시켰다.

선수들도 힘을 줬다. 맏형 홍성흔은 "경기 후 종윤이에게 '너 때문에 이긴 경기가 훨씬 많다. 기죽을 것 없다'고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홍성흔은 "종윤이가 멋진 수비로 팀을 구해낸게 얼마나 많았나. 누구도 욕할 수 없다. 나도 중요한 경기에서 실수를 많이 했었다. 결국 본인이 얼마나 빨리 털어버리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내야수인 박준서는 기술적인 설명으로 박종윤을 두둔했다. 보기에는 굉장히 처리하기 쉬운 느린 타구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 박준서는 "타구가 방망이 끝에 걸려 회전이 정말 희한하게 걸렸다. 평범하게 튀는 것 같더니 갑자기 회전이 걸려 잡을 수 없는 위치로 날아가더라"라며 "어떤 1루수라도 쉽게 잡을 수 없는 공"이었다고 설명했다.


목동=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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