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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선수 개인 성적이 모여 팀 성적을 만들어내는데, 간판 선수들의 성적은 화려하지만 팀 성적은 초라하다. 정규시즌 종료를 눈앞에 두고 있는 2012년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가 그렇다.
박병호는 풀타임 첫 시즌에 슬러거 인증서나 마찬가지인 '30(홈런)-100(타점)'까지 바라보고 있다. 2012년 프로야구가 찾아낸 최고의 히트상품을 꼽으라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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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수술 후유증 때문에 지난 시즌 최다패(7승15패)의 굴욕을 맛봤던 나이트는 올시즌 거침이 없다. 지난 4월 7일 두산과의 개막전부터 시작해 시즌 내내 꾸준히 최고의 피칭을 했다. 나이트는 이번 시즌 28차례 선발투수로 등판해 무려 25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19일 LG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나이트는 시즌 15번째 승리투수가 되면서 다승 1위에 올랐다.
정규시즌 4위 팀까지 포스트 시즌에 나가는 현 체제가 1989년(1982~1988년 전후기제, 1999~2000년 양대리그) 도입된 후 타점과 홈런, 다승과 평균자책점 1위 선수의 소속팀이 포스트 시즌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그러나 특정팀 선수가 타점과 홈런, 다승과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동시에 차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05년 서튼(현대)이 홈런과 타점왕, 손민한(롯데)이 다승과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으나 현대와 롯데는 모두 4강에 오르지 못했다. 박병호와 나이트가 홈런, 타점, 다승,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다면, 히어로즈는 개인 타이틀을 석권하고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희귀한 사례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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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이 박병호와 나이트, 두 명의 투타 간판 선수를 보유하고도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은 특정 선수가 두드러진 반면, 전체적인 포지션별 전력에 편차가 컸기 때문이다. 포수와 중간계투가 취약했고, 하위타선의 힘이 떨어져 중심타선을 받쳐주지 못했다. 이 때문에 투타에서 걸출한 선수를 보유하고도 팀 전력 전체를 업그레이드 시킬 수 없었다.
박병호와 나이트는 유력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후보다. 타격 1위 김태균(한화)이 4할 타율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분위기가 박병호와 나이트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눈에 띄는 루키가 드물었던 이번 시즌 서건창은 사실상 신인왕을 예약해 놓고 있다. 이렇게 화려만 면을 갖고 있으면서 정작 목표로 내세웠던 4강 진출에 실패한 히어로즈. 이런 팀 환경이 투타 최고의 선수를 보유하고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는 희극적인 장면을 만들어 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