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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진 그에겐 기회가 없었다.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2-09-18 03:05 | 최종수정 2012-09-18 07:19


넥센이 17일 김시진 감독을 전격 경질하면서 야구계는 충격에 빠졌다. 계약 마지막해였던 지난해 3월 깜짝 3년 재계약을 하며 일찌감치 신임을 받았던 김 감독이 올시즌도 초반 돌풍을 일으키는 등 기존 넥센의 이미지를 탈피시켰기 때문이다.

넥센은 전반기까지 좋은 성적을 거두자 첫 4강의 희망을 꿈꿨지만 6위까지 떨어지자 김 감독의 지도력에 의구심을 품었고, 결국 새로운 감독으로 변화를 시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넥센이 과연 김 감독에게 제대로 된 기회를 줬는지 의문이 생긴다.

김 감독은 지난 2007년 현대 사령탑으로 감독에 올랐고, 2008년 히어로즈가 창단하면서 물러났다가 2009년부터 다시 히어로즈의 지휘봉을 잡았다. 올해까지 총 5년을 프로야구 감독으로 지냈다. 그러나 제대로 된 팀을 지휘한 것은 올해가 사실상 처음이다. 즉 처음으로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경기를 치른 것이다.

이전을 보자. 2007년 김 감독은 어수선한 상황에서 현대의 사령탑이 됐다. 김재박 감독은 2006년 팀을 2위까지 올려놓고 LG로 이적했고, 팀은 농협에 인수될 뻔 하는 등 시즌 내내 재정난으로 인해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당연히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꼴찌 추락도 우려됐지만 김 감독은 선수들과 합심해 56승을 거두며 6위로 마감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빠져 나가며 4강은 꿈도 꿀 수 없었다. 2009년 12월 30일 이택근이 LG, 장원삼이 삼성, 이현승이 두산으로 트레이드됐고, 2010년 3월 12일엔 마일영이 한화로 옮겼다. 7월엔 황재균, 12월엔 고원준까지 롯데로 이적. 지난해에도 트레이드는 계속됐다. 트레이드 마감일인 7월 31일 송신영과 김성현이 LG로 옮긴 것. 외국인 투수도 투자를 하는 타 팀에 비해 좋은 선수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김 감독은 성적을 내기 위해 팀을 운영할 수 없었다. 주축 선수들의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인물을 키우는데 급급했다. 어린 선수들은 경험 부족을 계속 드러냈고, 그 속에서 김 감독이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구단은 성적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 이를 두고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극심히 받았던 몇몇 감독은 사석에서 "김 감독이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는 없지 않냐"며 부러운 눈치를 보내기도 했다.

사실 올해도 4강은 쉽지 않아보였다. 이택근을 FA로 데려왔고, 김병현과도 계약을 했지만 이 둘만으로는 큰 전력 상승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시즌 중 갑자기 4강 후보가 됐다. 서건창의 깜짝 활약과 강정호와 박병호의 잠재능력이 폭발하며 타선이 터졌고, 외국인 투수 나이트와 밴헤켄이 원-투펀치로 마운드를 받치자 팀이 달라졌다. 5월 중순엔 무려 7연승을 하면서 창단후 처음으로 1위까지 오르며 팬들이 넥센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처음으로 다른 감독들과 4강을 놓고 다투기 시작했다. 전반기까지 3위에 오르며 4강의 꿈이 영그는 듯했지만 치열한 4강 싸움속에 젊은 선수들은 경험 부족을 드러내고 말았다. 서건창은 초반만큼 활발히 출루하지 못했고, 강정호는 갑작스럽게 홈런 가뭄을 겪으며 부진에 빠졌다. 김병현은 이슈 메이커는 됐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고, 한현희 김영민 장효훈 등 젊은 투수들은 업다운이 심했다.

결국 넥센은 승보다 패가 더 많아졌고, 4강에서 멀어졌다. 넥센은 부진 속에서 김 감독의 시즌 운영능력이 떨어졌다고 판단을 내린 듯하다. 성적이 필요없을 땐 유망주를 키우는 더할나위 없는 좋은 감독이었지만 성적을 원하게 되자 진 경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결국 넥센은 김 감독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구단은 감독에게 선수단 운영의 전권을 줘 팀을 맡기고 그에 대한 책임을 요구한다. 물론 감독의 야구 철학이 구단의 생각과 다르거나 성적이 나지 않으면 자를 수 있다. 넥센도 분명 모든 면을 고려해서 김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

김 감독이 시즌 운영에서 실수를 했을 수도 있다. 사실상 처음으로 상대팀과 4강 대결을 펼쳤으니 그런 실수는 그에게도 내년 첫 4강 도전을 위한 소중한 경험으로 축적됐다. 그러나 넥센은 김 감독이 그 경험을 토대로 내년시즌을 새롭게 꾸려갈 기회는 주지 않았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넥센 김시진 전 감독이 5월 22일 LG전 7회말 수비에서 1,3루 위기에 몰리자 포수 최경철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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