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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 역사에서 김응용 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만큼 또렷한 족적을 남긴 야구인이 있을까. 김 전 사장은 해태와 삼성 지휘봉을 잡고 10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고, 또 사장과 고문으로서 구단 행정까지 두루 경험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최고의 감독, 최고의 야구인으로 기록될만 하다. 현역에서 물러난 김 전 사장은 경기도 용인에 자리를 잡고 유소년 야구 발전에 관여하고 있다. 김 전 사장은 이제 야구원로서 한국 프로야구를 걱정하고, 때로는 조언을 해주는 위치에 있다.
김시진 감독 경질에 대한 의견을 묻자 김 전 사장이 바로 히어로즈 수뇌부에 던진 말이다. 김 전 사장은 "김시진 감독이 잘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해임됐다는 뉴스가 나오더라. 구단 내부에 어떤 사정이 있는 지는 잘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히어로즈 구단은 후반기 성적 부진을 이유로 김 감독을 시즌 종료를 앞두고 해임했다. 김 전 사장은 "야구를 하다보면 잘 풀릴 때도 안 될 때도 있다. 팀 성적이 일시적으로 좋다고 해서 그 팀의 전력이 좋은 건 아니다. 전체적인 전력을 알고 목표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결국 기대치를 높게 잡은 히어로즈 구단 수뇌부의 경질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김 전 사장은 "초기에 못 하다가 뒤에 잘 하면 박수를 받는다. 하지만 초기에 잘 하다가 후반에 안 좋으면 평가가 박해진다. 나도 현장에서 여러번 그런 일을 겪었다"고 했다.
야구감독은 영어로 다른 종목에서 흔히 사용하는 헤드코치(head coach)가 아닌 매니저(manager)다. 단순히 경기를 끌어가는 게 아니라 70명 가까운 선수를 총괄해 선수단을 이끌어가는 포괄적인 자리이기 때문이다.
김 전 사장은 쉽게 감독이 경질되는 현실에 대해 "구단이 감독의 권위를 세워줘야 한다. 그래야 선수가 감독을 무서워하고, 감독에게 통솔력이 생긴다. 선수가 감독을 쉽게 보기 시작하면 지휘 체계가 무너져 팀이 망가진다"고 했다.
김 전 사장은 젊은 감독들이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며 소통을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리더로서 필요한 냉철함을 강조했다. 선수와 과도하게 친밀해지면 사적인 감정에 휘둘려 냉정하게 팀을 끌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