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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구단은 "전반기를 3위로 마쳐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기대를 했지만, 이전과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며 후반기 부진이 직접적인 김 감독 경질의 원인이었음을 내비쳤다.
시즌 개막 전, 넥센이 선전하리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매우 드물었다. 본지 야구전문기자들의 평가에서도 '최하위 후보'로 한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다. FA로 이택근을 영입했고, 메이저리그 김병현을 데려왔지만 이들이 곧바로 성적 상승을 이끌어내리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택근은 LG 시절 내내 부상에 신음했고, 김병현은 전성기를 훌쩍 지난데다 최근 몇 년간은 운동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넥센은 시즌 초반부터 보란듯 돌풍을 일으켰다. 기대치 못했던 선수들이 '상상 이상'의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미완의 대기' 박병호는 홈런 타자의 본색을 마음껏 발휘했고, 중장거리 타자였던 강정호 역시 한때 홈런 선두로 치고나갈 만큼 뜨거운 타격을 보여줬다. '중고 신인' 서건창은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될 만큼 깜짝 활약을 펼쳤다.
부상과 경험미숙, 날개를 접은 영웅들
그러나 후반기가 되자 차츰 힘이 떨어지는 모습이 역력했다. 사실상 전반기에 넥센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주축들은 이택근, 강정호를 제외하면 대부분 경험이 일천한 선수들이었다. 그러다보니 순위 싸움이 치열해지는 후반기에 대한 대처방법을 알지 못했다. 컨디션 관리나 팽팽한 접전에서 승부를 거는 법을 낯설어했다.
결국 선수들이 먼저 지쳐떨어지기 시작했다. 베테랑 이택근을 비롯해 강정호와 장기영 등 주축 타자들이 부상으로 성적 하락을 경험했다. 중고 신인 서건창은 체력의 난조를 겪었다. 마운드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벤치도 마찬가지였다. 김시진 감독 본인도 2006년 현대 시절 이후 가을잔치를 경험한 적이 없다. 가을잔치는 커녕, 후반기 타이트한 순위 싸움에서 승부수를 던져본 경험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후반기 들어 '승패의 안배'에 대한 운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일정 부분 사실이다. 타이트한 순위 싸움 기간에는 때때로 '버리는 경기'와 '꼭 잡아야 하는 경기'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하지만 넥센의 후반기 팀운용은 전반기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롯데나 SK 두산 KIA 등과의 순위 싸움에서 차례대로 밀려나고 말았다. 구단이 김 감독 경질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건 이런 부분일 것이다.
이러한 넥센의 몰락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넥센은 후반기 들어 41경기에서 팀 평균자책점이 4.23으로 치솟았고, 팀 타율은 2할2푼4리로 저조했다. 모두 8개구단 최하위 기록이다. 장점이던 팀 홈런수는 26개로 전체 3위권을 유지했지만, 팀 득점은 135점 밖에 올리지 못했다. 이 또한 8개 구단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