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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김시진 경질, 짚이는 곳은 3가지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2-09-17 19:21


충격이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넥센이 17일 김시진 감독을 해임하고 김성갑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했다. 넥센은 17일 오후 감독의 해임 사실과 김 수석코치의 감독대행 임명 사실만은 짧게 적은 보도자료로 2009년부터 4년간 팀을 이끌어온 김 감독과 작별을 고했다.

넥센은 계약 마지막해였던 지난해 3월 갑작스럽게 김 감독과 3년 재계약을 했다. 보통 재계약을 하는 시기는 빨라도 시즌 중후반. 김 감독처럼 아예 마지막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재계약을 한 경우는 드물었다. 그만큼 신임이 두터웠던 김 감독을 왜 계약 기간을 2년이나 남겨놓고 경질한 걸까.

이보다 좋을 수 없었는데.

그동안 '선수 팔아 구단을 운영한다'는 비난을 들었던 넥센은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공격적인 투자로 선회했다. FA 이택근을 4년간 최대 50억원에 계약해 데려왔고, 김병현까지 국내무대로 복귀시켰다. 처음으로 4강을 마음에 담았다. 시즌 중반까지는 그야말로 돌풍이었다. 5월 중순에 구단 사상 최다인 7연승을 달리며 5월 23일엔 처음으로 1위에 오르기도 했고, 이후 계속 4강의 문을 두드리며 넥센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었다. 또 박병호와 강정호의 홈런포로 구단 사상 처음으로 MVP를 배출할 수 있는 기회까지 잡았다. 후반기 부진에 빠지며 17일 현재 54승2무62패로 6위에 머물러 있지만 야구계는 넥센의 올시즌을 희망을 본 성공이라고 평가를 하고 있었다.

성적에 대한 냉정한 평가?

구단의 시각은 주위의 평가와는 달랐던 모양이다. 2009년부터 김 감독이 이끌었는데 시즌 마지막은 하위권 그 자리였다. 올시즌은 여러 호재들로 인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란 장밋빛 희망이 있었지만 후반기 부진으로 인해 창단 첫 4강은 물거품이 됐다.

사실상 넥센은 제대로 순위 싸움을 한 것이 올해가 처음이었다. 원투펀치인 나이트-밴헤켄과 마무리 손승락, 이택근-박병호-강정호로 이어지는 강력한 중심타선까지 갖추고 전반기에 4위를 했음에도 이후 순위싸움에서 밀려나는 모습은 구단에서 김 감독의 지도력에 의구심을 가지게 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처럼 좋은 상황에서도 성적이 나지 않는다면 미래도 불투명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측은 "지난 5년간의 모습과는 다른 새로운 5년을 위한 결단"이라고 했다.


대표와의 불화설?

이장석 대표와 불화가 있는게 아니냐는 설이 나온다. 감독의 임면권은 이 대표에게 있기 때문이다. 예전 넥센이 트레이드를 할 때마다 구단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었던 김 감독은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구단과의 관계가 좋았다. 트레이드도 구단과 직접 상의하면서 구단의 입장을 반영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최근 이 대표와 경기에 대한 이견을 보였고, 특히 성적이 곤두박질 친 8월부터 이 대표와 김 감독 간에 설전이 자주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넥센 구단은 "구단과 김 감독과는 불화가 없었다. 오늘 해임을 통보하는 자리에서도 서로 납득을 했다"고 불화설을 일축했다.

'1+2' 옵션설?

지난해 3월 3년간 재계약을 할 때 옵션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있다. 즉 지난해 재계약을 하면서 지난해와 재계약 첫 해인 올해의 모습을 보고 남은 2년의 계약을 유지하느냐를 결정하는 옵션을 넣었다는 것. 김 감독이 예상치 못한 경질에 조용히 납득했다는 것도 이런 옵션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넥센이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 풍족한 구단이 아님에도 굳이 남은 2년간 6억원의 연봉까지 지급해가면서까지 경질을 하는 게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그러나 구단측은 "구단에서 경질한 만큼 잔여 기간의 연봉을 모두 지급하기로 했다"며 옵션은 없었다고 했다.

왜 지금일까.

경질 시기도 의문점을 낳는다. 김 감독이 시즌을 마무리하도록 한 뒤에 발표할 수도 있는데 굳이 이렇게 갑자기 결정을 한 것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넥센이 원하는 감독이 한화와 겹칠 수도 있어 일찍 발표한 것 아니냐는 설도 있다. 이에 대해 구단측은 '정공법'을 택했다고 했다. 넥센 김기영 홍보팀장은 "물론 시즌 뒤 포스트시즌 때 슬쩍 발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신임 감독 선임이 늦어지게 된다. 곧바로 마무리 훈련을 해야하는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만약 (경질) 발표전에 새 감독을 구한다는 것은 김 감독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는가. 구단에서 경질을 결정한 지금 바로 발표를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넥센 김시진 감독이 17일 전격 경질됐다.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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